고강도 나일론 사용 가볍고 내구성 높아
미 해병대가 지난 2004년 독자적으로 채택한 ILBE 배낭 시스템.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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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는 2000년대 들어 육군과 다른 독자적인 군복과 군장류를 채택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한 방향으로 나온 것이 바로 ILBE(Improved Load Bearing Equipment), 즉 발전형 중량 지탱 장비다.
미 해병대는 육군을 위해 개발된 MOLLE 장비, 특히 배낭이 자신들의 요구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구성과 무게, 방탄복 착용 시의 편의성 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해병대는 2003년부터 독자적으로 신형 배낭인 ILBE 배낭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MOLLE 등 기존의 미 육군 군장들과 달리 ILBE는 2개 민간 업체의 디자인을 경쟁 개발시켜 승자를 채택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민간 아웃도어 장비 업체들이 오히려 낮은 비용에 우수한 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ILBE의 요구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60㎜ 혹은 81㎜ 박격포탄의 외부 운반 가능 ②약 54kg의 중량 운반 ③배낭 사이즈는 98.3ℓ를 넘지 않을 것 ④탈착식 패트롤 팩(3일 작전에 필요한 물자를 운반할 수 있는 소형 배낭) 포함.
이런 요구조건들에 따라 2개 업체의 경쟁이 약 1년간 진행된 끝에 2004년 1월 아크테릭스사의 보라 95 배낭을 기초로 개량된 모델이 ILBE 배낭 시스템으로 채택됐다. 이 배낭은 기본 배낭과 탈착식 패트롤 팩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며 미 해병대용의 디지털 위장무늬가 염색돼 있다.
ILBE는 재질 자체부터 고강도의 코듀라 725 나일론으로 만들어져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높다. 또 민간용 배낭이 기본이 된 덕분에 많은 주머니가 장착돼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화물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착용 편의성과 조작성도 높다.
특히 처음부터 배낭과 물탱크형 수통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채택됐는데 이스라엘의 소스(Source)사가 만든 3ℓ 용량의 수통이 그것으로 이동 시 배낭에 탑재하게 돼 있다. MOLLE도 개량을 거치면서 물탱크형 수통을 기본으로 포함시켰다.
물탱크형 수통은 수통을 꺼내지 않은 채 호스로 물을 빨아 마시기 때문에 행군 등의 상황에서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인 데다 물 탑재량이 기존 수통보다 많아 미군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MOLLE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ILBE이지만 MOLLE의 장점까지 버린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MOLLE의 특징 중 하나인 탈착형 장비 부착 어댑터, 즉 PALS(Pouch Attachment Ladder)는 그대로 채택해 MOLLE규격 탄입대 등에 호환성을 부여했다.
현재까지 총 23만8000세트의 ILBE가 미 해병대에 납품됐는데 전체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6년부터 채택한 MTV 등의 신형 방탄복을 고려하지 못한(시기상 불가능) 설계로 인해 ILBE와 이들 방탄복을 함께 착용할 때 사용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줬고, 이들 중 일부는 실제 부상으로 연결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로 인해 미 해병대는 2009년부터 새로운 배낭의 채택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2개 민간 업체는 물론 미 육군의 개량형 MOLLE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3파전이 됐다. 3개 시스템을 테스트한 끝에 요구조건을 정리, 2011년에 발표했다.
이 조건에 맞는 개량형이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했으며 현재 배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