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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장 김헌
해병대 교육훈련단장

 

“우리는 비록 50여 년의 세월 차이가 있지만, 해병대 이름 아래 선배와 후배가 되어 시간을 뛰어 
넘는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후배 여러분! 해병대 이름의 소중함을 가슴에 품고 해병대 정신, 
해병대 전우애를 멋지고 당당하게 이어가 주십시오!”


지난 5월 30일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교육훈련단 행사연병장에서 열린 신병 1305기의 수료식 현장에서 
노병의 목소리가 떨리듯 울려 퍼졌다. 마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듯 어색하지만, 나이보다 젊고 당당한 목소리로 신병들에게 축사를 건네는 사람은 바로 신병 1305기의 1000기수 선배해병, 병305기 전우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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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1305기에게 축사를 하는 305기 전우회장

 

5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해병대 신병 수료식을 바라보는 노병의 눈빛은 감동과 추억으로 가늘게 떨렸다. 선배 해병들의 축사에 대답하는 새내기 해병들의 목소리와 동작에는 더 큰 기합이 담겨 연병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수료식을 찾은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세대를 넘은 선배·후배 해병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올해부터 신병 수료식에 1000기수 선배 해병들을 초청해 행사를 직접 참관하고 후배들에게 축사를 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병 1300기 수료를 기념해 병 300기 선배님들을 모시고 수료식을 진행했었는데,“까마득한 후배들이 탄생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니 감격적이다.”라며 예비역 해병들의 호응이 좋았다. 뿐만아니라 수료하는 해병들도 같은 해병대 이름 아래 노병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을 듣고 사기가 충천했다.

 

1000기수 선배 해병 초청행사의 긍정적인 면을 확인한 부대는 이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1301기부터 부대와 전우회가 나서서 전국의 예비역 해병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1302기, 1303기 횟수가 지날수록 언론 보도를 통해, 예비역과 현역 해병들의 입소문을 통해 교육 훈련단의‘선배 초청 행사’가 점점 알려지고 있는지 매 수료식마다 5명 정도의 선배 해병들이 먼길을 마다않고 포항을 찾아 후배 해병들을 격려하고 응원해주고 계신다.


포항시 해병대전우회의 봉사활동도 현역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전우회에 소속된 예비역 해병들은 교육훈련단 입영·수료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스태프다. 1,400명 정도의 신병들이 입영하고 수료하는 지금 시기에는 최대 5,000여 명의 인원과 2,000여 대의 차량이 1개 기수마다 두 차례, 이곳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집결했다가 흩어진다. 부대가 위치한 세계리 인근과 동해면 포항공항 쪽 도로는 신병 입영·수료식 때면 사람과 차량으로 꽉 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근부대 현역들과 지역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교통정리를 하고있지만 사실 역부족이다. 여기에 큰 도움의 손길을 매번 건내주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포항시 해병대전우회 예비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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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병대전우회원이 신병 수료식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


탄탄한 조직력과 단결력으로 부대 인근 병목지역과 차로에 위치해 차량통제와 안내 봉사활동을 하는데, 지역을 잘 알고 경험이 많은 분들이어서 교통체증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0여 대의 차량이 모두 부대를 빠져나가는데 채 40분이 걸리지 않는다. 부대로서도 차량으로 인한 민원을 최소화하고, 부대를 찾은 가족들로서도 쾌적하게 교통체증 구간을 빠져나갈 수 있으니 예비역 해병들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현역을 향한 포항시 해병대전우회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병 수료식은 수료하는 해병들의 가족이 찾아와 수료의 기쁨을 나누고 아들을 격려하는 자리이지만, 매번 행사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가족이 수료식을 찾지 못해 혼자 남게 되는 해병들이 몇 몇 있다. 부대는 그동안 군종장교들의 도움을 얻어, 동기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그 시간 동안의 외로움을 부족하나마 채워주었다. 하지만 지난 1301기 수료식부터 포항시 해병대전우회 예비역들이 이들 혼자남은 해병들과 함께 식사하고, 포항시 명소를 투어하며 후배 해병들의 옆을 든든히 지켜준다. 매번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사랑, 보통의 전우애로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교육훈련단장으로서 선배 해병들의 진정어린 전우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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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병대전우회가 극기주 산악훈련을 마친 신병들에게 준비한 식사를 제공하며 격려하고 있다.

 

매 기수 수료식에는 주한 미 해병대 소속 장병들이 행사를 참관한다. 한국 해병대의 많은 전통이 자신들과 유사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선·후배 해병 간의 끈끈한 전우애, 특히 1000기수 선임이 떨리는 목소리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그 격려에 감동의 박수를 보내는 손주뻘 새내기 해병 간의 전우애는 미 해병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화라고 부러워한다.


군인에게 있어 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전우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나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적을 물리치고 나를 지켜주는 사람, 먼지 묻은 전투식량을 함께 나눈 사

람, 생의 마지막까지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사람이 바로 전우다.

 

전장에서 빗발치는 포탄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심리적 동력으로‘전우애’가 1위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우애는 특히 함께 처한 상황이 어렵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승리한 경험이 많을 때 더욱 끈끈하게 자라난다. 그래서 우리 해병대의 전우애가 타 군의 그것보다 더욱 유별나게 끈끈한 것이다. 380명의 병 
력과 부족한 물자로 역사를 시작했던 경험, 사령관부터 말단 병사까지 희멀건 미역국을 함께 끓여 먹으며 
입에 단내가 나도록 훈련했던 경험, 함께 땀 흘린 전우와 출동했던 첫 전투에서 승리했던 기억, 보급도 
병력도 부족하지만 싸울 때마다 승리했던 감격, 다치고 전사한 전우와 끝까지 함께했던 감동들은 우리 해 
병대 구성원 간의 끈끈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렇게 타 조직과 구분되는 해병대만의 전우애는‘해병대 정신’으로 승화되어 빨간명찰을 단, 빨간명찰을 
달았던 사람의 정서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1000기수 선배 해병들의 수료식 방문과 지역 전우회의 모군을 향한 봉사활동은 현역들의 해병대 정체 
성 강화는 물론 일반 청년들에게 보여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우선 수료식 현장을 찾은 가족과 지인 
들은 1000기수 선배 해병의 격려와 축사를 들으면 서 해병대 조직의 끈끈함에 놀라워한다. 현역으로 
있을 때는 전우들이, 전역 후는 예비역 선배들이 사회에서 함께한다는 믿음직한 이미지를 얻어간다. 나 
이, 계급, 지역에 상관없이‘해병대’라는 이름 하나로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는 모습은‘나도 나를 응원하는 
든든한 동료를 얻고 싶다’는 해병대 입대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부대 앞 도로의 체증을 해결하는 지역 전우회 활동에 대해서도 신병 가족들은 창문을 내려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도 한다.‘후배들의 수료식’이라는 경사를 위해 선배들이 자신의 개인 시간을 기꺼이 헌납하며 활동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을 것이다. 입영식과 수료식에서 신병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본 해병대와 해병대 전우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해병대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응원, 그리고 해병대 입대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처럼, 늘 불비하고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국가의 가장 거칠고 험한 곳에서 국민의 재산과 안녕을 지키고 있는 우리 해병대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진정한 국가전략기동부대로 거듭날 수 있는 근 
본적인 동력은 바로 해병대만의‘전우애’다. 교육훈련단에서 양성되는 매해 15,000여 명의 신병들은 1000기수 선배 해병들의 수료식 방문, 지역 전우회 예비역들의 봉사활동을 통해‘해병대 전우애’의 진수를 경험하고 실무로 향한다.

 

6주간 동기들과 함께 땀흘리고, 쓰러졌다 일어서고, 서로 의지하며 얻은 성취감과 뜨거운 동기애를, 선·후임을 내 몸과 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해병대 정신’으로 실무부대에서 승화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림스저널 제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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