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청문회 발언 전문입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청문회 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입니다.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 책임 있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이 말은 제가 고 채수근 시신 앞에서 다짐하고 약속한 말입니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다음 달이면 채 상병이 사망한 지 벌써 1년이 됩니다. 사건의 실체·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최근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가게 하였는가” “누가 그 세찬 물살에 장화를 신게 하였는가” 편지 속 어머니의 질문은 작년 7월28일 제가 남원에서 유가족 대상 수사결과를 설명하였을 때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머니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계시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7월19일 한 해병 병사가 순직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채수근 상병입니다. 사고 발생 즉시 저는 해병대수사단 소속 수사관들과 함께 낮과 밤 가리지 않고 혼신을 다해 수사를 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수사단에서는 수사결과를 해군 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고하고 사건 관련 사건 기록 일체를 관할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사령관은 1사단장 보직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앞서 저에게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7월30일 16시30분경 장관 보고 시 제가 먼저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당시 배석하였던 모든 인원들이 밖으로 나간 후 약 15분간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하여 보고하였습니다. 보고는 순조롭게 마쳤고 이제 절차대로 언론브리핑, 사건 서류 이첩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31일 12시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전화하여 “사건인계서를 보내라”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 빼라” “수사라는 용어 사용하지 말아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사령관 역시 혼란스러워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같은 날 17시경 사령관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제가 사령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국방부가 왜 그러는 것입니까?” 사령관은 저에게 “오늘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령관에게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받은 것 같습니다. 왜 사단장을 처벌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이 맞는데 왜가 빠진 것 같습니다. 제가 국방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였을 때 예견되는 문제점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중앙수사대장, 1광역수사대장, 수사지도관 등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과거 사이버 댓글 사건 수사외압 관련 국방부 장관, 조사본부장이 구속된 사례를 회상하면서 수사 서류를 변경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였습니다.

 

언론에서 이미 공개된 ‘고 상병 채수근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문건입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동 문건을 보고 하면서 상급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할 것을 건의드렸습니다. 사령관도 동의하였고 그렇게 일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법무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이 있는 자로 한정하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는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를 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 제시라면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수사외압은 사령관에게도 가해졌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된 것과 같이 차관과 군사보좌관, 법무관리관 등이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형사처벌, 지휘책임자는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달라” “7월30일 장관 결재는 중간 결재로 하고 장관 귀국 시 재보고 하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이냐”라는 등 전화와 문자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수사 서류를 축소·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계획된 대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 드렸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령관은 수사 서류를 변경하자고 하자니 직권남용이 되고 그렇다고 국방부 지시를 거부하자니 항명이 될 것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군사 법정에서 사령관은 7월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세 차례 이첩 보류 명령하였으나 제가 이를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동일한 명령을 세 차례 내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백보 양보하여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고 제가 순응하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배제 하든지 적절한 지휘 조처를 하여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8월2일 10시경 저는 사령관 집무실로 가서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였고 같은 날 10시30분부터 경북청으로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와 같이 저는 보직 해임됐고 집단항명 수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거쳐 현재 기소되어 군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 떨어진 독립 숙영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한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 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매일 죽음 같은 시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 멀리 백령도에서 김포, 포항 및 제주도까지 전후방 각지에서 자신보다 해병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해병대 전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본의 아니게 해병대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사랑하고 청춘을 보낸 해병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감히 국민들 여러분께 청원합니다.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들입니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80평생을 살아보니 힘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 이 말씀은 수근이 할아버지가 수사결과 설명을 하는 저에게 하신 말씀이십니다. 마치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아버지께 이런 약속을 드렸습니다. “비록 제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하나밖에 없는 장손자를 잃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입니다. 모든 국민은 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있음이 증명되도록 도와주세요. 저의 말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청문회 발언 전문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청문회 발언 전문입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Date2024.06.21 By박희철 Views19683
    Read More
  2. 고 채 상병 직속상관 포7대대장 13일 퇴원 대전현충원 참배 예정

    고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사고당시 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정신병원 퇴원을 하루 앞둔 12일, 변호인을 통해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되어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이 중령은 지난해 7월 19...
    Date2024.06.12 By강성호 Views20195
    Read More
  3. 고 채수근 상병 어머니 편지 전문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어머니가 채상병 순직 1주년을 앞두고 현재 심경을 담은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故 채 상병의 어머니는 해병대를 통해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편지에서 “7월 19일이면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주기가 돼가는데 아직도 수사에 진전이...
    Date2024.06.12 By강성호 Views19442
    Read More
  4.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탄원서 제출

    11일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은 전날 오전 사회관계망시스템(SNS) 메신저로 경북경찰청 관계자에게 공동 피의자인 부하들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전하며 같은 내용을 경찰에 우편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해병대 채 상병...
    Date2024.06.11 By안해병 Views29959
    Read More
  5. 해병대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의견 좀 나눠봅시다!
    Date2024.06.08 By안해병 Views31885
    Read More
  6.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재투표 ‘찬성 179표·반대 111표’ 부결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재투표 ‘찬성 179표·반대 111표’ 부결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재석 294인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을 부결시켰다. ...
    Date2024.05.28 By박희철 Views21777
    Read More
  7. 전(前)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등 사건 수사결과 국방부 보도자료

    국방부는 2023년 10월 6일 '전(前)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등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아래와 같이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 국방부검찰단은 오늘(10. 6.) 전(前) 해병대수사단장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 국방부검찰단...
    Date2023.10.06 By관리자 Views74654
    Read More
  8. 해병대 순직 장병 수사관련 해병대전우회 2차 입장문

    2023년 9월 5일 해병대전우회 홈페이지에 공지된 해병대 순직 장병 수사관련 해병대전우회 2차 입장문입니다. ▲ 해병대전우회 2차 입장문 해병대전우회 홈페이지 캡춰
    Date2023.09.07 By관리자 Views59938
    Read More
  9. 박정훈 前 해병대 수사단장 구속영장 기각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1일 군사법원에서 실시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군 검찰이 박 대령에 대해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
    Date2023.09.01 By박희철 Views60312
    Read More
  10. 이재명후보의 해병대 준4군체제 개편 공약에 대해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기 김포에 있는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해병대를 사실상 해군에서 독립시켜 준 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해병대 관련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재명후보는 앞으로 해병대에 대한 수요나 중요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
    Date2022.01.29 By안기선 Views12094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