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jpg 포항스틸야드는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라는 것 외에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바로 매 경기때마다 스탠드 우측 상단을 가득 메우는 귀신잡는 해병대원들의 우렁찬 응원과 지난해 후반기부터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와 스탠드에서 울려퍼지는 해병대 군가가 그것이다.

포항스틸러스 중앙수비수 김원일과 해병대원이 펼치는 특별한 세레머니다.

김원일은 현역프로선수로는 그리 흔치 않은 해병대 병 1037기 출신이다.

그는 결코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숭실대 2년을 마친 뒤 축구를 포기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하지만 그의 해병대 입대는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안겨주었다.

축구를 포기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했지만 해병대 1사단에 배속된 그는 2년간의 군생활동안 축구선수가 아니라 해병대원으로서 스틸야드 스탠드에 앉아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안되면 될때까지'라는 불굴의 해병정신과 투지를 가슴에 새긴 그는 전역과 함께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맸다.

그렇게 다시 축구를 하게된 김원일은 2009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포항에 입단했지만 김형일·황재원이 지키고 있는 자리를 넘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뜨거운 땀을 쏟아내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황재원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포항의 중앙수비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7월 25일 수원과의 홈경기에 선발출장하자 장내아나운서는 '지금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36번 김원일 선수는 해병대 1037기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고, 해병대 응원석에서는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날 이후 김원일이 출전하는 날 스틸야드에는 경기 시작전 후배들을 향한 거수경례와 경기가 끝난 뒤 해병대 군가를 부르는 세레머니가 태어났다.


지난 16일 러시앤캐시컵 2011 1라운드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김원일은 경기전 후배들을 향해 힘차게 경례를 올렸고, 후배들은 '김!원!일!!'을 외치며 해병대혼을 쏟아부었다.

김원일은 이날 후배들의 기를 받은 듯 조동건·남궁도·김진용을 앞세운 성남의 날카로운 공격을 끊임없이 막아내며 2-0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곧바로 해병대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해병대원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일제히 자리에 일어나 해병대 군가를 불렀다.

그라운드의 김원일도 지옥에서 천당까지라는 해병대 특유의 '해병박수'를 치며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해병대 군가를 소리높여 불렀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kr


  1. 해병대 출신 포항 김원일 후배들과 뜨거운 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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