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산 작전을 마치고 우리 부대는 작전지역을 미 육군에게 넘겨 주고 홍천으로 이동했다. 부대를 재편성하고 무기와 장비를 보충하면서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대 시찰을 온다는 통보가 왔다. “도솔산의 영웅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서 우6-3.jpg리들은 한껏 마음이 들떴다.

대통령께서 우리의 전공을 알아 주시다니…. 참모총장이 다녀간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영광인데, 대통령까지 오시다니…. 우리 모두는 이런 기분이었다.그날은 내 생일이어서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951년 8월 19일 헬기를 타고 이대통령이 부대 연병장에 도착했다. 토머스 미 해병1사단장과 함께였다.

헬기의 프로펠러 바람에 흰머리를 날리며 연대본부에 도착한 노 대통령의 모습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였다.만면에 웃음을 띤 대통령은 전 연대병력이 도열한 가운데 김대식 연대장에게 직접 표창장을 주었다. “…백절불굴의 인내력으로 쟁취된 그 승리의 결정체는 실로 구국의 정화가 아닐 수 없다.” 표창장 문구 가운데 이 부분만은 지금도 기억난다. 수여식이 끝날 무렵이었다.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던 곽영주 경무대경찰서 경위(뒤에 경무대 경찰서장)가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옆에 있던 토머스 장군에게 또 무어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뒤에 알게 된 일이지만 곽경위가 대통령에게 “오늘이 공정식 1대대장 생일이라고 합니다” 하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토머스 장군에게 생일 케이크를 공수해 올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고 했다.식이 끝난 뒤에 헬기 소리가 들리더니, 케이크가 실려 왔다. 이대통령은 태극기와 성조기로 장식된 생일축하 케이크를 나에게 직접 전달해 주었다.그 케이크를 먹으면서 나는 감격에 겨워 울고 말았다. 같이 나눠 먹은 지휘관과 참모들도 숙연한 표정들이었다.

그런 영광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대통령에게서 케이크를 받는 장면을 담은 사진은 뒤에 경무대에서 보내왔다. 나는 그 사진을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영광’의 증표로 간직하고 있다.그다음에는 신익희 국회의장에게서 온 감사장이 전달됐다. 8월 29일 신현준 사령관이 부대를 찾아와 감사장을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감사장에는 “…해병대의 영웅적인 전투와 그 혁혁한 공훈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는 만강의 찬사를 보내는 바”라는 글귀가 들어 있었다. ‘영웅적’이라는 찬사 때문에 기억하는 글귀다.토머스 사단장도 연대본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김대식 연대장에게 “한국 해병대가 아니었으면 이 전략적 요지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치하해 주었다.

한국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미 해병대까지도 한국 해병대를 찬양하고 나서자 해병대와 거리를 두고 있던 알몬드 미 육군10군단장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토머스 사단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승을 축하하고 장병들의 전공을 치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민주신보에 전승 축하 대대적 보도

당시 피란수도 부산에서 발행되던 신문 민주신보에는 도솔산 전투 경과와 승리의 의미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미국 정부도 김대식 연대장과 김성은 해병대사령부 참모장에게 은성 무공훈장을 수여해 공로를 인정해 주었다. 나와 2대대장 윤영준 소령, 3대대장 김윤근 소령에게는 동성 무공훈장을 보내 왔다. 사투리 통신의 공로를 인정해 연대 통신대장 이판개 대위가 나와 같은 훈장을 받은 것이 더욱 기뻤다.

2008.03.19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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