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갈등의 골 메우고 사회통합 소통과 협력의 큰 길 트자"  / 국방일보 만나고 싶었습니다 2012.03.23  

 

 

“닥쳐올 미래를 미리 예단하지도 회피하지도 마라.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행복이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자긍심과 이 나라 발전,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장한 의식을 가져 달라.” 송석구(72·철학 박사)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장(장관급)은 그동안 대학 교수와 총장, 학회 활동으로 수많은 젊은이들과 고민하며 소통해 왔다. 송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소통과 사회통합을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원동력이며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해병대 예비역 대위 출신이며 우리 젊은이들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송 위원장을 해병대 후배인 우종민(22·해병대사령부 본부중대) 상병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회통합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우리 군과 인생의 대선배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들어봤다.

북핵·장사정포 위협이 우리 안보의 현실 나와 다른 남과 함께 사는 법 군서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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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 위원장이 위원장실 벽에 걸려 있는 ‘관불용침사통거마(官不容針私通車馬)’
라고 쓰인 액자 앞에서 “공적인 데에는 바늘 구멍 하나도 안 들어갈 정도로 철저
하지만 사적인 데는 차와 말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넓고 포근해야 한
다”고 설명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사람은 모름지기 공과 사가 명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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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왼쪽)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장이 22일 오후 해병대 후배인 우종민 상병에게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지 않으
면 안 된다”면서 “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산다.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인생의 지혜를 강조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우 상병에게 군 복무하는 동안 벤자민 프랭클린·윈스턴 처칠 자서전, 삼국지, 손자병법을 꼭 읽어 보라
고 권했다.

 

우종민= 대학 총장과 교수로서 우리 젊은이들과 많은 대화와 호흡을 해 왔다. 요즘 병영에 있는 젊은 장병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송석구= 동서고금을 보더라도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지금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고 본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구해도 사회의 잘못된 허구의식 때문에 만족해하지 못한다. 그 어떤 직업을 가져도 최선의 노력을 통해 나의 삶을 유지하겠다는 소박한 생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생활의식은 다 없어지고 잘된 것, 잘사는 것만 보인다. 잘살고 잘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고생했는지는 보지 않고 그 결과만 본다.

우리 사회가 고속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배금주의와 물신주의,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한 결과 지상주의라는 잘못된 허구의식이 팽배하다. 사실 자기가 노력한 만큼 거둬지는 것이 사회다. 허구적 포장으로 나의 본질은 없어지고 공허한 관념적인 나만이 존재한다. 그런 것에서 오는 고뇌가 커 보인다.

 우종민= 그러면 어렵고 힘들수록 우리 젊은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송석구= 젊음 그 자체가 힘이다. 어렵지 않으면, 힘들지 않으면 젊음도 아니고 인생도 아니다. 고생과 고통, 힘든 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토대다. 내가 살아 있다는 존재의 근거다. 닥쳐온 운명을 회피하지 말라고 했다. 닥쳐온 운명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필연적인 것이다. 이 세상은 우연적인 것이 없다. 그 누구든 운명을 미리 예단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과거, 미래와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 이 순간이 절대적인 시간이고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잘 극복하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금을 필연이라고 생각할 때는 불안과 초조 또는 불만과 핑계가 없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자기가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선의 시간이고 나의 시간이다. 거기에 성실하고 충실해야 한다.

 우종민= 우리 정부나 사회, 기성세대들도 우리 젊은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송석구=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사회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것이다.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이념 간 갈등 불만이 다 있게 마련이다. 그 불만은 끝이 아니다. 성장의 시작이다. 그 불만은 불만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변화·창조의 시작이 돼야 한다. 갈등도 소통하면 다 극복되고 화합이 된다. 여언이취개불허 득의이언무불허(如言而取皆不許 得意而言無不許)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들으면 용서할 바가 없지만 뜻을 이해하면 모두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소통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에서 시작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고 그걸 잘 이해하고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 뜻이 어디 있는지 잘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종민= 해병대 장교로 군 생활하고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다고 들었다. 군 생활에 대한 소회는?

 송석구= 1963년 해병대 사관후보생 32기로 임관했다. 67년 2월 관측장교로 베트남 짜빈둥 전투도 참전했다. 숱한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체험하고 이해하게 됐다. 사실 죽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불안, 그것이 더 죽음을 던져 주는 것 같다.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미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죽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현실이다. 미래도 언제든지 닥쳐온다. 미래는 천천히 다가온다. 현재만 있다. 현재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현재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행복이라는 것도 살아 있다는 존재의 느낌이다.

이런 것들도 군 생활을 통해 배웠다. 전역을 1주일 앞두고 중대장으로서 준비했던 대대 훈련 때문에 ‘예비역’ 신분으로 전역을 미루고 1주일 더 복무했다(웃음). 전역할 때 대대원들이 모두 나와 열렬히 환송하고 선물을 줬다. 대단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우종민=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에서 고생하는 우리 젊은 장병들을 위해 군과 인생의 대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송석구=사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대부분 사람들은 군대 가기 전에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절대로 군 생활이 낭비가 아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 군 생활은 내 인생을 결정짓는, 내 미래를 결정짓는 시기였다. 남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고 내가 혼자가 아니고 남과 같이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육체적 고통의 의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극복해야 인간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터득했다. 남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공정한 경쟁의식도 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끼고 배운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다. 요즘 애국심이라는 말이 많이 사라졌다. 지금 젊은이들이 가장 불행한 것이 바로 애국심이라는 말이 없어진 것이다. 군 생활은 헛된 것이 아니라 가장 생산적인 것이다.

 우종민=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주요 현안과 활동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모두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송석구= 우리 사회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갈등이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그 갈등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인 약 300조 원이다. 이념·계층·세대·지역 4대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을 상대로 소통 교육을 하고 정책 대안을 찾고 있다. 대학 시간 강사들의 신분 보장과 법적 지위 확립, 보수체계를 정립하고 개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법도 지금 국무총리실에서 정리하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 지원체계 연구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석패율 선거법 도입도 강구했다. 진보와 보수의 대화를 통한 이념 갈등 극복, 민생 현장의 소통 토론, 지방과 중앙의 대화와 소통도 모색하고 있다.

 우종민= 갈수록 우리 국민들의 국방과 안보의식이 엷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군과 정부, 국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송석구= 근래 진보 보수에 명확한 개념 정의가 안된 것 같다. 진보 속에 보수도 있고 보수 속에 진보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에 더해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모든 리즘(주의)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 변화의 주체가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 분쟁의 ‘전쟁 상태’다. 국민들이 그동안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양극화 부분이 너무 집약돼 안보 현실을 잊고 살아간다. 다음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지는 모르겠다. 국제적 공조와 노력이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일 북한이 로켓을 쏜다면 정말로 엄청난 문제다.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도 핵 없는 인류의 안전을 세계 각국 정상들이 논의하는 그야말로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북한의 연평도·천안함 피격사건과 북핵, 장사정포 위협이 바로 우리 안보의 현실이다.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를 떠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애국심을 갖고 차분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평화 속에 전쟁을 갖고 있다. 전쟁 속에 평화를 갖고 있는 이 지구상에서는 아주 독특한 형태의 분단국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송석구 위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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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장은 율곡철학을 전공한 교육자다. 동국대 철학과를 나와 철학 박사를 거쳐 모교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한국철학회장, 대학총장협회장, 동덕여대 총장, 국제신문 사장, 밝은사회 국제클럽(GCS) 한국본부 총재, 세종시 민·관 합동위원회 민간위원장, 가천의과대 총장을 지냈다.

율곡의 철학사상 연구와 불교·유교 등 많은 저서가 있다. 학술부문 율곡대상과 일맥문화대상, 청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글=김종원·사진=박흥배 기자   jw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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