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한국인임을 잊은 적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한승수 일병은 해병 2사단 청룡부대에서 복무 중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정치학과 2년 과정을 마쳤으며, 군 복무가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에 힘쓸 예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건너간 한 일병은 미국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병역의무가 강제된 것은 아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병무청의 모범병사 시상식에서 한승수 일병을 만났다. 한 일병에게 “영주권자인데 왜 입대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1초의 망설임 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한번도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생긴 모습과 말, 생각하는 게 모두 한국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저의 정체성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하게 군 복무를 하는 것인데 이런 관심을 받고, 상까지 받는다는 것이 오히려 쑥스럽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사명감 타올라
모범병사 시상식에 같이 참석한 한 일병의 아버지 한광훈씨는 “아들이 군에 간다기에 당연히 육군에 갈 줄 았았는데 어느 날 전화로 ‘아버지 저 해병대 지원했어요. 기도해 주세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 일병은 해병대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군대 중의 군대로 알려진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광훈씨는 “승수가 학교 다닐 때도 1~2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군대도 1등 군대에 가고 싶다며 해병대를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한승수 일병이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또래 젊은이들과 직접 부딪히며 친하게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옛날부터 또래의 한국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니던 미국의 대학을 휴학하고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할까도 생각했지만, 곧바로 입대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군대에서 조국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저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승수 일병의 꿈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다. 한 일병은 미국의 선진 정치시스템과 한국 정치의 장점을 접목해서 한 차원 높은 정치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해병대 군 훈련이 힘들지만 힘든 것은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남는 것은 저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제가 훈련소 퇴소 후 자대배치를 받을 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습니다. 그 때 군에 온 것이 실감이 났고, 제가 진짜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타올랐습니다. 지금도 강화도에서 겨우 몇 킬로미터 떨어진 적진을 바라보며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누구보다 높습니다.”
한승수 일병은 “내가 시상식 때문에 여기 나와 있는 이 시간 전우가 나 대신 고생하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며 끈끈한 전우애를 드러냈다. <2011.06.21 글·사진: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