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2 18:00

삭발중대 - 공정식

조회 수 42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정식_0001.jpg
장단지구전투 당시의 신현준 해병대사령관과 공정식 전투단 부단장, 김종식 제1대대장.(왼쪽부터)

 

 

해병대 1대대장을 두 차례 역임한 김종식 소령은 자신의 묘표(墓標)를 꽂아 두고 출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해병대 1대대장 발령을 받고 전선으로 떠나면서, 진해 장충단 묘지에 ‘고 해군소령 김종식의 묘’라는 팻말을 만들어 꽂아 두고 갔다. 중공군에게 원수를 갚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결의를 표시한 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뜻을 보여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자신의 몸 일부를 손괴해 그 피로 뜻을 적어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혈서가 과격한 방법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구두상의 약속이나 서약서 같은 온건한 방법으로 의지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자신이 묻힐 곳의 팻말로 만들어, 가상의 묘역에 박아 두고 가는 것 이상으로 극단적인 방법이 있을까.

전공 힘입어 오명벗고 명예회복

내 뒤를 이어 제2대 1대대장을 역임한 그는 남폭탄의 주인공 남상휘 중령에게 대대장직을 물려주었다. 그뒤 진해 해병학교에서 복무하다가 다시 1대대장 발령을 받았다. 중공군의 두 차례 대공세로 우리 해병대의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는 후방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을 미안해했다. 그런 때에 복귀 명령을 받은 그는 해병대의 명예회복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결의를 다진 것이다.

전력정비를 위해 잠시 김포지구로 물러났던 1대대는 1952년 11월 다시 장단 사천강 지구로 복귀해 예비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이때 중공군은 강 건너 낮은 야산지대에 몇 개의 전초진지를 구축해 우리 측 주저항선까지 위협하고 있었다.제1전투단에서는 1대대장에게 기습대를 조직해 적 진지 파괴 임무를 부여했는데, 1중대 기습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묘표까지 만들어 세우고 온 김종식 1대대장의 심기가 편할 리 없었다.

“중대장 이하 전 장병은 모두 머리를 깎고 필승 각오를 다지라!”중대원을 모아 놓고 질책하면서 김소령은 삭발 명령을 내렸다. 중대장 엄상록 중위 이하 전 중대원이 머리를 박박 깎았다. 삭발중대라는 오욕을 씻기 위해 중대원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명예회복을 결의했다.

12월 8일 밤 적진지 기습작전에 나선 1중대는 멋지게 임무수행에 성공했다. 우일선 전방의 적 진지를 파괴하고 3명의 포로까지 붙잡아 왔다. 그 뒤로도 크고 작은 전과를 올린 덕에 1중대는 삭발중대라는 오명을 벗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저항선을 떠맡아 정전협정이 맺어지는 날까지 서부전선을 지키는 주력부대가 됐다.

그립고 아름다운 이름 '김종식' 소령

내가 초대 1대대장으로 있을 때 그는 연대 작전주임 보직에 있었던 대위였다. 김일성고지 전투 때 김대식 연대장이 부상을 당해 부연대장으로 승진하게 된 나는 그를 1대대장 후임으로 천거했다. 탁월한 통솔력과 용감성을 평소 눈여겨봤던 것이다.

그가 두 번째로 1대대장이 된 것도 나의 추천 때문이었다. 일선 지휘관 생활이 짧았던 것을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사령부에 품신한 것이다. 전장에서 한 번 맺은 인연은 오래 지속되는 법이다. 전쟁이 끝난 뒤 내가 제3전투단장으로 있을 때 나는 또 그를 불러 부단장을 시켰다.

검도 5단의 실력을 가진 그는 타고난 무인이었지만, 관운이 닿지 못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명운(命運)까지 짧아 그는 전역 후 병마에 시달리다가 이승을 떠났다. 그 뒤 전쟁기념관 호국의 인물 선정 심사위원으로 일할 기회가 있자, 나는 주저 없이 그를 자랑스러운 호국의 인물로 추천했다. 그래서 그의 넋은 지금 전쟁기념관 호국의 전당에 잠들게 됐다.
김종식 소령. 지금도 내 가슴에 살아 있는 그립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 ㅡ 국방일보 2008년 4월 3일

 


  1. 최초의 여자해병 문인순씨의 시집

    문인순씨 낙서하듯 쓴 시…50여년만에 / 국방일보 2004.12.14 6·25전쟁 때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해병 문인순(73·제주시 용담2동)씨가 처녀 시절 낙서하듯 쓴 시를 모아 50여 년 만에 책으로 펴냈다. 문씨의 시집 ‘짧고도 긴 세월’(사진·대한출판사)에 실린 ‘서리꽃’ ‘슬픈 전설 산방산’ ‘그...
    Date2010.09.10 By운영자 Views5936
    Read More
  2. 장지량 前공군참모총장의 회고록중 해병대와 공군의 다툼

    버스 노선 놓고 서로 사소한 시비 해병대의 공군 비행장 습격 불러 1966년 8월2일, 공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다음 날 박정희 대통령이 진해의 대통령 별장으로 휴양차 떠나자 나는 첫 업무로 전용기에 동승, 수행했다. 미리 여의도 공항으로 나가 대통령 전용기이자 공군 1호기인 C-54기(4발 프로펠러기)와 조종사·부조종사...
    Date2010.09.09 By운영자 Views7195
    Read More
  3. 7번째 빨간명찰장교부부

    2006년도 국방일보 5월22일자에 소개된 빨간명찰장교부부기사입니다. 이당시 이 해병대부부의 결혼이 7번째라고 합니다. 그후에도 더 나왔는지...... 해병대 2사단 김태옥·이혜진 대위 일곱 번째 커플 / 국방일보 2006.05.22 해병대에서 일곱 번째 해병대 장교 부부가 탄생했다. 지난 20일 화촉을 밝힌 김태옥·이혜진 대위(...
    Date2010.09.09 By운영자 Views14139
    Read More
  4. 22년째 변함없는 ‘해병대 사랑’

    포항 요리학원 박순늠 원장 / 국방일보 2007.01.08 집을 떠나 군생활하는 해병대1사단 장병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22년째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 해병 모두의 어머니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포항요리학원 박순늠(56) 원장. 박원장이 해병대 장병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시기는 22년 전인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Date2010.09.08 By운영자 Views4734
    Read More
  5. 요강파티 - 공정식

    정식 인사발령도 없이 부임했던 김포 제1여단장 시절 잊을 수 없는 일은, 북한에 우리의 위력을 과시한 염하 상륙작전이었다. 5·16 두 달 뒤인 1961년 7월 최고회의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당시 한강 하구 루트로 무장 게릴라를 다수 침투시키던 북한에 경고성 시위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Date2010.09.05 By슈퍼맨 Views5438
    Read More
  6. 삭발중대 - 공정식

    장단지구전투 당시의 신현준 해병대사령관과 공정식 전투단 부단장, 김종식 제1대대장.(왼쪽부터) 해병대 1대대장을 두 차례 역임한 김종식 소령은 자신의 묘표(墓標)를 꽂아 두고 출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해병대 1대대장 발령을 받고 전선으로 떠나면서, 진해 장충단 묘지에 ‘고 해군소령 김종식의 묘’라는 팻말을 ...
    Date2010.09.02 By운영자 Views4293
    Read More
  7. 월남파병비화 - 공정식

    파병관련 미국 초청 받아 미국을 방문한 공정식 해병대사령관이 케네디 공항에서 미 해병대를 사열하고 있다(1965) 경북 포항에서 열린 해병대 청룡부대 출정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봉출 장군에게 부대기를 수여하고 있다(1965. 9. 20) 미국의 한국군 월남파병 요청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린 미 해병대사...
    Date2010.09.02 By운영자 Views8654
    Read More
  8. 정조준금지 철모사진의 이명수씨

    해병대사령부가 1969년 12월 발행한 정훈홍보용 잡지에 게재된 이명수 장로(당시 청룡부대 하사)의 사진 역사 사진 속 주인공 찾기 - 정조준 금지 철모 사진의 이명수씨 ‘정조준 금지’라는 글자가 적힌 철모를 쓴 병사 사진 또한 베트남전쟁을 상징하는 유명한 사진이다. 전장에 선 장병들의 소박하지만 솔직한 희망이 담긴 ...
    Date2010.09.02 By운영자 Views12494
    Read More
  9. No Image

    해병대사령부의 부활 및 4성장군 해병대사령관제도확립

    본글은 해병대 예비역 소령 김성삼님께서 2010년 8월 25일 해병대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리신글입니다. 해병대사령부의 부활 및 4성장군 해병대사령관제도확립 LA 에 머므루르고 있는사이, 천안함사태로 인한, 우리군에대한 언론기관의 언급에 느낀바있어, 아래와 같이 언론기관에기고한 제목과 부제를 보냅니다. - 아 래 ...
    Date2010.08.25 By운영자 Views8264
    Read More
  10. 3부자 해병 - 최현호(부사관140기)

    최현호: 부사관 140기 포항 1사단 근무 / 장남-최일규 1088기 백령도 6여단 근무 / 차남-최창규 1114기 김포 2사단 근무 1980년 포항 / 해병 제1상륙사단(당시9118부대) 정문 입간판 앞에서... 당시는 북문이 정문이었음. 1979년 어느날 칼라필름으로 처음 찍은 사진... 포항. 사진출처 : 청원청주 해병전우회
    Date2010.08.22 By슈퍼맨 Views11802
    Read More
  11. No Image

    해병대전우회의 복장통일에 대하여

    제 각각의 위장복,작업복,그린사지,정복.....팔각모,베레모,빨간 팔각모.....거기에 해병대에는 있지도 않은 이상한 복장등이 어우러진 모습....이게 해병대가 모이는 곳에 가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그럽니다. 해병대는 단합도 잘되고 그러는데 복장은 안된다. 해병대전우회의 복장이 통일되...
    Date2010.08.21 By슈퍼맨 Views7625
    Read More
  12. No Image

    김윤근 해병제1여단장과 5.16

    김윤근(金潤根):만주 육군군관학교 제6기생(45년) 광복후 해사졸, 미국 해병대학졸, 연세대 경상대학원졸, 해병사 군수국장, 해병1상륙사 참모장, 수도방위 사령관, 5·16쿠데타 주역으로 국가재건 최고회의 교통체신 위원장·부정축재자 처리위원·헌법(개정)심의위원회 위원, 해병제1여단장, 중장예편, 호비사장, 5·16민족상...
    Date2010.08.19 By운영자 Views25769
    Read More
  13. 영국해병대사령관 원더풀! 한국해병대(2009년)

    - 영국 해병대사령관 첫 방한, 한국 해병대와 군사외교 활동 가져 - 해병대사령부 등 해병대 부대 방문 통한 양국 해병대간 우호 증진 - 판문점 방문, 분단된 한반도 현실 속 해병대 역할의 중요성 공감 한국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한 영국 해병대 사령관 앤드류 샐몬 소장 해병대1사단에서 상륙훈련 시범을 참관하고 있는 앤...
    Date2010.08.15 By운영자 Views12425
    Read More
  14. 임대한,임민국 쌍둥이 형제해병

    대한민국은“대한∙민국 ”형제 해병이 지키겠습니다!” - 임대한, 임민국 쌍둥이 형제, 같은 기수(신병 1096기)로 입대해 화제 - 쌍둥이의 형제애! 신병훈련의 인내와 극기를 통해 해병대 전우애로! - KIDA 근무 중인 부친의 권유로 입대, 당당한 해병으로 강철 담금질 ▲ 유격훈련 간 서로의 안전장비를 확인해 주는 임대한, 임...
    Date2010.08.12 By운영자 Views6295
    Read More
  15. 해병 1102기 중 26명, 대를 이어 입대

    - 365명 중 26명이 아버지를 이어 해병대 선택, 자부심 넘쳐 - 2명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代째 해병으로 입대 - 한 기수 중 약 5% 인원 수준으로 代를 이은 해병 탄생 지난 9월 28일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대하여 6주간 훈련을 받은 해병 1102기 365명 중 26명이 대를 이어 해병대를 선택하여 해병이 되었다. 또한 ...
    Date2010.08.11 By운영자 Views691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