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인사발령도 없이 부임했던 김포 제1여단장 시절 잊을 수 없는 일은, 북한에 우리의 위력을 과시한 염하 상륙작전이었다.
5·16 두 달 뒤인 1961년 7월 최고회의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당시 한강 하구 루트로 무장 게릴라를 다수 침투시키던 북한에 경고성 시위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훈련 장소는 북한 개풍군과 연백군 일대에서 잘 관측되는 염하로 정했다. 강화도에서 한강 하구를 건너가 김포반도 문수산 기슭에 숨은 적을 섬멸하는 훈련이었다. 아직 강화도 연육교가 없던 시절이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을 비롯한 최고위원단, 라이언 미 육군1군단장, 김성은 해병대사령관 등이 임석했다. 미 1군단 헬기와 미 공군 근접항공지원 전투기들이 하늘을 날고, 바다와 뭍에서 해병용사들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연대급 상륙작전으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준 것은 아직도 통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단장 생활 1년여 만인 62년 7월 31일 나는 해병1사단장으로 승진했다. 정든 김포를 떠나 포항으로 부임하기 전날 송별파티에서의 과음으로 나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단장 취임 때도 식을 갖지 못했으니 내 운명에 그렇게 적혀 있었나보다.
송별파티서 과음, 이취임식 불참
당시 김포여단에는 떠나는 사람에게 ‘요강파티’를 열어 주는 전통이 있었다. 요강파티란 문자 그대로 요강에 온갖 술을 쏟아 부어 만든 ‘핵 폭탄주’다. 그걸 다 마셔야 하는 것이다.미군 고문관들과 여단 참모, 예하 부대 지휘관 등 주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위스키·포도주·맥주·소주 등등 각자 취향대로 마시던 술을 꽃 요강에 가득 쏟아 부었다.
그걸 다 마시지 못하면 새로운 임지로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신 사기요강에 이임자의 이름을 써 넣어 여단장실에 진열해 놓는 것이 전통이었다. 전통의 유래는 어느 미군 수석고문관이 취해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타는 목을 축이려고 방안에 있던 요강을 마신 일이라던가.
그 시절 나는 술깨나 마신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술로는 지고 싶지 않은 치기가 작동한 데다 요강파티라는 말이 재미있어 그걸 받아 단숨에 다 마셨다. 기억이 분명치 않으나 그것이 몇 순배 돌았다고 한다.
미8군사령관 지시로 '요강파티' 없어져
아무리 술깨나 한다고 해도 그걸 당해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령을 부리지 못한 미욱함이 일을 내고 말았다. 대취해서 잠든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여단 비행장에는 내가 포항으로 타고 내려갈 경비행기 L-20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나는 한낮이 돼서야 잠에서 깨어났다.포항에서는 난리가 났다.
고길훈 사단장 이임과 신임 공정식 사단장 취임을 겸한 행사여서 매그루더 후임 멜로이 주한 유엔군사령관 겸 미8군사령관, 김성은 해병대사령관, 이성호 해군참모총장 등이 열석한 가운데 취임식 없는 이임식으로 행사가 끝난 것이다.지금 돌이켜 보아도 큰 사건이었다. 내가 인사권자라도 과음으로 취임식에 나오지 못한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 둘 수 있을까.
이 사고는 군 정보계통을 통해 박정희 의장에게 즉각 보고됐다. 그러나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니 엉거주춤하게 사단장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이 사고를 계기로 멜로이 미8군사령관은 수석고문관에게 특별지령을 내렸다. 앞으로는 어떤 경우도 요강파티를 금한다는 엄명이었다. 그렇게 해서 한미 해병대 요강파티 전통이 사라졌다.
얼마 안 돼 국방부장관이 된 김성은 사령관에게서 들은 바로는, 그 일에 대해 박의장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사고를 낸 1사단장 거취를 묻자, 박의장은 가볍게 “장관이 알아서 하시지요” 했다는 것이다. 그 일은 훗날 내가 박대통령 술벗으로 발탁된 계기이기도 했다.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
2010.09.05 14:26
요강파티 -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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