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연평도 포격 2년] "사람들이 잊어도, 정치인들이 뭐라해도 포화 속 뛰어든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 조선일보 2012.11.19

 

[1] 마르지 않는 눈물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설움과 눈물로 쓴 200쪽
김정일 조문 주장한 黨에 분해서 전화… "연평도 포격, 우리 정부 탓" 소름 끼치는 대답만

"누가 뭐라고 해도, 포화 속으로 뛰어든 내 아들 서정우가 자랑스럽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휴가를 가기 위해 선착장에 있던 고(故) 서정우 하사는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리를 듣곤, 지체 없이 귀대(歸隊)하다 포격을 맞았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지난 2년간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을 때마다 글을 썼다. A4용지로 200페이지가 넘는다.

여기에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잊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이 녹아 있다. 어머니 김오복(52)씨는 "우리 아들 지금 살아있다면 뭐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억누를 길이 없어 무작정 쓰게 됐다"며 "훗날 정우의 동생이 아들을 낳으면, '너희 큰아버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었어' 하고 이 기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12111900191_0.jpg  

지난 17일 오전 대전 현충원을 찾은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52)씨가 아들의 비석을 닦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정우는 제대로 군 복무를 하고 싶다면서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경쟁률이 4대1을 넘어 처음에는 떨어졌다. 정우가 ‘웬만하면 뽑아주지’라며 서운해했다. 병무청에 전화해서 ‘혹시 입대 전에 마음을 바꾼 지원자가 있으면 서정우 꼭 붙여달라’고도 했다. 병무청 직원이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두 번째 만에 합격이었다.” ‘우리 아들 서정우 살아온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다.

지난 17일 오전 김씨는 대전 현충원의 아들 묘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아들이 생전에 좋아하던 치킨과 피자가 들려 있었다.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있는 김씨는 지난 2년간 한 달에 두세 번씩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고 있다. 아들 묘역 앞에서 만난 김씨는 “연평도 포격을 두고 ‘우리가 진 전투’라는 소리가 있지만, 아직 어린 20대 우리 군인들은 목숨 걸고 싸웠다. 어떤 해병대원은 방탄모가 불타는데도 대응 사격을 했고, 내 아들도 선착장까지 갔다가 부대로 돌아왔다”면서 “서정우는 일개 사병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까 수많은 ‘우리 아들’ 덕분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6·25전쟁 61주년에 김씨는 “우리 아들 정우가 제2의 6·25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정우가 잘 있는지 대전 현충원을 다녀왔다. 아들의 묘소와 수많은 희생자의 묘소를 둘러보면서 ‘정우야, 엄마는 너 없이 어떻게 사니’ 하고 서럽게 울었다”라고 적었다.

정치인들이 연평도 포격을 두고 ‘괜히 북한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말을 할 때는 속상한 마음을 썼다. “2012년 5월 28일. 한 정당에 도대체 김정일 죽은 게 뭐가 대단해서 조문 가야 하느냐고 전화를 걸었다. 북한이 포격을 가하게 한 우리 정부의 잘못이 크다, 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가 먼저 해상훈련을 해서 자극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름 끼치고, 울화가 치밀었다.”

김씨는 당초 자신의 글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제2연평해전 유족이 당시 군 관계자들을 고소한다는 기사에 ‘이제 돈이 다 떨어졌나 보네. 더 필요한가?’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만약 정우 이야기에 저런 댓글이 달렸으면 도저히 못 살 것 같아 혼자 몰래 썼다”고 말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적은 글은 현충원을 찾기 일주일 전에 쓰였다. “2012년 11월 10일. 시간이 참으로 빠르다. 아픔은 여전한데 벌써 2년이 지났다. 세상의 많은 사람은 잊어 간다.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행복하게 사랑하고, 이야기할걸.”

이날 현충원을 찾은 김씨는 약 1시간 동안 비석의 먼지를 훔쳤고, ‘해병 하사 서정우의 묘’라고 새겨진 비석을 한참 바라봤다. “올 때마다 아들이 하늘에서는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길 기도합니다.”

김씨는 오는 24일 아들이 숨진 연평도를 찾을 예정이다.


  1.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연평도 포격 2년] "사람들이 잊어도, 정치인들이 뭐라해도 포화 속 뛰어든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 조선일보 2012.11.19 [1] 마르지 않는 눈물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설움과 눈물로 쓴 200쪽 김정일 조문 주장한 黨에 분해서 전화… "연평도...
    Date2012.11.21 By운영자 Views5991
    Read More
  2.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사수 병장 정병문

    ▶제7포병중대 3포 사수 병장 정병문훈련이 끝나서 한결 수월한 기분으로 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기준 3포로서 아쉽게 늦게 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입을 하던 도중 타 중대 사격소리인가 하는 포성소리가 들렸다. 우린 정리를 하며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4포가 불발탄 처리절차를 잘 해야 할 텐데 하며 아쉬...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94
    Read More
  3.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조종병 상병 박태민

    ▶제7포병중대 자주포 조종병 상병 박태민11월 23일. 이 날은 휴가를 나가는 날이었다. 모든 걸 마치고 배터에 가서 표를 끊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배가 보이기 시작하는 동시에 마을 쪽에 포탄이 한두 개 떨어지더니, 소나기가 오듯 수십 발의 포탄이 마을을 뒤엎었다. 순식간에 건물들이 날라 다니고 이곳저곳에...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7502
    Read More
  4.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인사병 병장 백종협

    ▶ 본부중대 인사병 병장 백종협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30분 총기상과 동시에 조별과업 정렬을 떠났다. 간단한 인원 파악 및 국군도수체조, 조별과업을 부여받고 해산을 한 뒤 근무표를 확인했는데, 근무표를 보니 13시~16시까지 주간 3직 근무였다. 오늘 14시에 대 해상사격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3544
    Read More
  5.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병 이병 윤성문,강병욱

    ▶의무실 의무병 이병 윤성문 윤성문 이병 2010년 11월 23일 포 훈련을 하고 있던 중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훈련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기가 파편에 맞는 것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여기저기에서 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와 공포는 물 밀...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4853
    Read More
  6.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

    ▶포7중대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2010년 11월 23일. 날씨는 어느 날보다 좋았다. 난 오늘도 평상시와 동일하게 보급업무를 수행하고 오후에 있을 중대 ATT평가 사격 통제관으로써 탄종, 신관, 장약, 발수를 확인한 후 사격 시 15분전에 3포상으로 이동하여 사격준비 상태 및 3포 인원들에게 장비 이상 유무와 안전 교육을 실시...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140
    Read More
  7.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중사 안준오

    ▶ 인사과 일보담당 중사 안준오뒤돌아보면 마땅히 기여한 바도 없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인사과 간부들에게 감사하고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수기를 기록한다. 우리 연평부대 인사과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가 맡은 임무의 수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818
    Read More
  8.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행정관 상사 한훈석

    ▶ 본부중대 행정관 상사 한훈석'10. 11. 23. 화요일 14시 35분 청명한 초겨울 하늘에 검고 흉악한 포물선이 그려지고 서해5도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연평도가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는 아비규환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 날은 해상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라 대원들에게 거점작전에 대하여 교육을...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56
    Read More
  9.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군종과장 하승원대위

    ▶ 군종과장(목사) 대위 하승원 하승원 대위(사진 왼쪽)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탄흔이 보였다. 급히 올라간 의무실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들(병사들 지칭)이 누워있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응급실 안쪽에는 서서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342
    Read More
  10.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실 이재선하사

    ▶의무실 예방의학담당 하사 이재선 이재선 하사 23일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관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선후임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작하였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느 때와도 하나 다름없이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계획된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대 사격훈련이 시작...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653
    Read More
  11. 해병대원들의 연평도포격 수기

    해병대 사령부가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수기 가운데 일부를 14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기는 현장에 있던 장병 12명이 직접 적은 것이다. 해병대 측은 다른 장병들이 적은 내용을 보완해 수기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기에는 장병들이 직접 보고 체험...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80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