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해병대에 사랑 베푼 대청도 '해병 할머니' 세상 뜨다 / 뉴시스 2012-11-27 10: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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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비 할머니 최근 작고…장병들 직접 상여 매고 마지막길 배웅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한 평생 해병대에 사랑을 베풀며 '해병 할머니'라는 별명까지 얻은 한 할머니가 최근 세상을 떠나 해병대 장병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해병대 장병들은 직접 상여를 매고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22일 작고한 이선비(87) 할머니는 서해 대청도 뿐 아니라 백령도에서 근무한 해병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할머니는 1951년부터 지금까지 60여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한 해병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베풀었다.

할머니는 14살 때 대청도로 시집와 해병대가 그곳에 주둔하기 시작한 1951년부터 해병대와 함께 했다. 낮에는 엿장수와 고물장수를 하고, 밤에는 삯바느질을 하며 어렵게 생활해 오던 할머니와 해병대의 첫 인연은 한 해병 군복 바느질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보이는 해병들 마다 손수 밥을 지어 먹였고, 찢어진 군복을 수선해 주었다. 심지어 모든 부대원에게 손수 속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해병 할머니가 대청도 해변의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때는 손자 같은 장병들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거나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대 지휘관들은 실무 적응이 미숙한 해병들을 할머니에게 보내 상담을 받도록 했다. 그러면서 장병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해병 할머니'라고 불렀다.

1981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된 할머니는 육지에 사는 아들이 함께 살 것을 간곡히 원했지만 '해병대 장병들과 떨어져서는 하루도 못살 것 같다'며 섬에 남았다. 이러한 할머니의 극진한 해병대 사랑에 영향을 받아 아들 김형진씨도 해병 546기로 복무했다.

부대장으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전출이나 전역으로 대청도를 떠나게 되면 부대 신고를 마친 뒤 꼭 할머니집에 들러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할머니의 극진한 해병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장병들은 집을 고쳐주고 '해병 할머니 집'이라는 간판을 만들어 달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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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 넘어 기력이 없을 때에도 할머니의 해병대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훈련이나 외출 등으로 집 앞을 지나가는 해병들이 눈에 보이면 버선발로 나와 과자 하나라도 꼭 쥐어주며 격려하고 다독거렸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장병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할머니를 찾아뵙고 안부를 확인했다. 집안 청소와 땔감마련 등 아들과 손자 노릇도 대신했다.

하지만 이런 해병대 장병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할머니는 노환이 깊어져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 22일 작고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눈물지었다.

백령도 6여단에서 참모와 여단장 직책을 수행하며 해병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이호연 해병대사령관도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함께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이 사령관은 "해병 할머니가 베푼 사랑은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서 널리 전파돼 나눔과 섬김의 성숙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가 죽거든 손자 같은 해병들의 손에 의해 묻히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평생을 함께해 온 해병대원들은 직접 상여를 매고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해병대는 할머니가 해병대로부터 받은 기념품과 표창장, 장병들과 찍은 사진 등 유품을 여단 역사관에 전시해 할머니와 해병대 장병과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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