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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약속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약속을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이 남긴 말이다. 우리는 타인, 또는 자기 자신과 무수히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많은 약
속들 중 상당수는 지키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골수 기증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인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긴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골수 기증을 하기 위해선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 확률은 가족일 경우 4명 중 1명, 가족이 아닐 경우 2만 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즉, 골수 기증 서약은 미래에 벌어질 가
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에 대한 약속인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약속을 지킬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선뜻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는
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15년 전의 약속. 언젠가 골수를 기증하겠노라는 약속을 지켜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린 장교의 선
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2사단 공병대대의 작전장교로 근무 중인 김성관 소령(39세, 해사 50기). 김성관 소
령은 그의 골수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가 골수를 기증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자신
을 바쳐 새 생명을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그를 만나보았다.

 

 

Q. 15년 전 골수기증 서약을 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사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성덕 바우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습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그가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는 내용이 었죠. 방송 중 같은 가족일 경우 4명 중 1명꼴로 HLA형이 일치한다는 내용과 함께, 가족이 아니더라도 2만 명 중에 1명꼴로 일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렇게 절박한 사람을 도울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증 서약을 하게 됐습니다.



Q. 골수기증을 할 때도 그렇지만,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언젠간 정말 골수를 기증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사실 그럴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2만분의 1이라는 확률 상 쉽게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그 확률에도 불구하고 기증 요청이 들어온다면 그만큼 그 사람이 절박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족 중에 맞는 사람이 없으면 2만분의 1의 확률에 희망을 걸고 사람을 찾는 것이니까요.

Q. 15년 만에 골수기증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전화를 받고 보이스 피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증 서약을 할 당시에는 핸드폰은 없었고 삐삐를 쓰던 시절인데 어떻게 내핸드폰 번호를 알고 전화했는지 의심스러웠죠. 하지만 계속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내 골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Q.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할까 라는 망설임은 없었나요?
코디네이터1)가 기증은 개인 의사에 달린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안 하면 2만 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사람을 또 찾아야 하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은데다가 아직 10살 정도의 여자 아이라는 얘기에 같은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망설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Q. 가족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동현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이제 열 살입니다. 동현이 만한 애가 너무 아픈데, 아빠가 도와주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아빠는 한 달 정도만 고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하니 모두 선뜻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Q. 골수 채취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골수 채취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골반에 바늘을 꽂아 채취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성분헌혈 하듯이 바늘을 양팔에 꽂고 4 ~ 5시간 정도 골수를 채취하는 방법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마취를 하기 때문에 채취할 때 고통은 없지만, 꼬리뼈가 아무는 시간이 약 1주일간 걸립니다. 두 번째 방법은 채취 3~4일 전의 약물 투여기간부터 뼈가 아프고, 양팔에 바늘을 꽂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하루정도만 있으면 제한적으로나마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었습니다.

Q. 채취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채취할 때 엄청 고통스럽고 죽을 것같이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채취하는 그 기간만 잠깐 힘이 들고,2~3주 만 조심하면 바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저 같은 경우 수혈자 골수 수치가 부족해서 다음 날 한 번을 더 채취했습니다. 이틀을 연이어서 4 ~ 5시간씩 꼼짝달싹 못하고, 또 골수가 뼈에서 빠져나가다보니 온몸이 맞은 것처럼 아프고 움직이기 어려워 조금 힘들었습니다.

Q. 골수기증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골수를 채취해도 2~3주 후면 골수 수치가 정상으로 복원됩니다. 결국 골수 기증은 내 눈을 주고, 내 심장을 주는 것처럼 내 일부를 완전히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있는 것을 잠깐 빼고, 다시 채우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기증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90%이상이라는 사실은 내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신은 아니지만, 내 선택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줍니다.

Q. 끝으로 우리 해병대 장병들에게 나눔의 보람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군인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군인으로서 골수기증을 통해 한 생명을 구했다는 것도 결국 군인 본분을 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골수기증은 2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내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생명’이라는 선물을 선사해줄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슬로건처럼 누구나 기증을 할 수 있었다면, 난 기증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욱 많은 해병대 장병들이 골수기증 서약에 동참해서 군인의 본분을 다하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2만분의 1의 확률. 그 확률은 골수를 기증받는 사람에게도, 골수를 기증하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희박한 확률이다. 봉사의 가치에 대소를 논하는 것이 우스울 수 있지만, 저 희박한 확률을 뚫고 생명을 살린 골수기증은 어쩌면 행운까지 깃들어야 하는 가장 가치 있는 봉사활동일지 모른다. 통상 코디네이터가 기증자에게 기증할지 여부를 물을 경우 결정할 시간을 며칠 두고 다시 전화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성관 소령은 처음 걸려온 전화에서 바로 기증을 결정하였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던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군인이었다. <해병대지 36호>

  • 소닉 2012.09.05 19:20

    누군가에겐 당연한것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할수도 있다는것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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