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응으로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육성하겠다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의 언급에 대해 해병대 전역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병대 전역자들은 “해병대는 원래 국가전략기동부대였다.”면서 “이 사실은 해병대 나온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14년 전인 지난 1996년 8월 해병대 발전 심포지엄에서 노계원 국방연구위원은 “해병대는 전략기동 예비전력으로서 지상 공세작전을 수행하고 미래의 다양한 전투양상에 부합되는 다목적 전략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1998년 5월의 해병대 지휘관 회의에서도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해병대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면서 해병대는 국가전략기동부대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병대원이라면 누구나 외우고 있는 ‘해병의 긍지’ 첫 줄은 ‘나는 국가전략기동부대의 일원으로써 선봉군임을 자랑한다.’고 적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개혁을 주관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또다시 ‘국가전략기동부대 육성’을 언급하자 그동안 내심 섭섭했던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전략기동부대라는 거창한 명칭과 달리 해병대는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전력증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
단적인 예로 김포나 연평도, 백령도의 해병대가 보유한 전차는 ‘M-48A3K’로, 이 전차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90㎜포를 탑재한 구형 전차다.
포탄의 위력은 물론 명중률, 기동성, 방어력 등 모든 면에서 성능이 낙후됐지만 전차간의 전투가 아닌 상륙거부전력으로 운용된다는 이유에서 아직까지 운용 중이다.
뿐만아니라 주임무인 상륙작전을 위한 전력 역시 부족하다.
해군은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입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헬기와 공기부양식 상륙정(LCAC), 돌격상륙장갑차 등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독도함’(LPH-6111)을 지난 2007년에 취역시켰지만, 정작 독도함에서 운용할 상륙용 헬기가 없어 그 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병대는 그동안 상륙용 헬기도입을 꾸준히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아 상륙작전이나 공중강습작전을 할 때는 육군이나 미 해병대의 헬기를 빌려타고 있다.
한 해병 전역자는 “차라리 ‘국가전략기동부대 강화’라고 했으면 좋을 뻔 했다.”면서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된 지원을 받게 된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병 전역자는 “힘든 상황을 잘 견뎌주는 후배 해병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겨울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을 남겼다.
◆ 해병의 긍지
나는 국가전략기동부대의 일원으로써 선봉군임을 자랑한다.
하나. 나는 찬란한 해병정신을 이어받은 무적해병이다.
둘. 나는 불가능을 모르는 전천후 해병이다.
셋. 나는 책임을 완수하는 충성스런 해병이다.
넷.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예 해병이다.
다섯. 나는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2010.12.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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