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7 03:19

해병대 - 함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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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 6·25 전쟁 당시 한반도의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감 있는 기사로 전쟁의 참상과 이면을 세상에 알린 뉴욕헤럴드트리뷴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1950년 8월 23일 자에 송고한 기사다.

 

히긴스는 ‘귀신 잡는 해병대’란 제하의 기사에서 우세한 적군을 기습적인 양동 상륙작전으로 공격해 적의 점령지를 탈환한 한국 해병대의 용맹함을 전세계에 소개했다. 김성은 부대장이 이끄는 한국 해병대는 바로 그 일주일 전 경남 통영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해 적의 수중에 있던 통영을 탈환하고 낙동강 방어선 서측방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전통은 한국군 최초의 단독 상륙작전으로 평가되는 통영지구작전에서 비롯됐다.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해병대는 6·25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1년 전인 1949년 4월 15일 초대 사령관 신현준 중령 휘하 380명(장교 26명, 하사관 54명, 병 300명)의 소수병력으로 창설됐다. 하지만 특유의 전우애와 단결력, 국가를 위한 충성심, 사명감과 용맹성, 그리고 막강한 전투력으로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극복하면서 한국전과 베트남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겼다.

 

‘작지만 강한 해병대’, ‘안 되면 될 때까지’, ‘무적 해병’,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구호는 머리로 짜낸 게 아니다. 전쟁터에서 피와 땀을 함께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것이다.

 

해병대 정신과 전통을 보여주는 것은 표어 말고도 많다.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바다와 육지에서 용맹스럽게 싸워 승리하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해병대 마크, 지구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팔각모와 해병대원으로서 용기와 신의를 갖춰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붉은색 명찰, 검은 섀미 워커, 상륙돌격형 두발, 특유의 교육훈련 등. 타군과 확실히 차별되는 해병대 문화와 전통은 해병대로 젊은이들을 몰리게 만든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해병대 소속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면서 해병대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지원병들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해병대 병력감축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병력과 장비를 강화해 신속대응군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육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제라도 대한민국 해병대의 충성심과 용맹심이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함혜리 서울신문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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