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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539기 김복철(44)씨. 그는 지난 1986년부터 88년까지 서해 바다의 강화도에서 근무했다. 오랜만에 군대 얘기가 나오자 여느 해병대 나온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경험담을 쏟아내더니 신병교육을 마치고 동기들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민다.

“해병대의 빨간 명찰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닙니다. 전 해병에 지원입대했습니다. 당시 지원자가 많아 시험 보고 들어갔습니다. 경쟁이 한 10 대 1 정도 됐을걸요? 살면서 해병대 나온 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경험인지 모릅니다.”

해병대는 선후배 간의 의리가 남달라서인지 이번 연평도에서 북한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두 명의 해병대 후배들을 생각하면 김씨도 안타깝고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이 땅에서 전쟁이 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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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 539기 김복철(44)씨.
 
 
 

 

“전 지금이라도 전쟁이 나면 전장으로 달려갈 겁니다. 제 국가관은 누구보다도 확고합니다. 전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전쟁은 절대로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됩니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동족끼리 피를 흘리는 분쟁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지금이야 분하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겁니다.”

가끔 해병대 군복을 입고 서울 한복판에서 보수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후배가 더 많아요. 소수의 나이 드신 분들 때문에 해병대 나온 사람들이 보수로 낙인찍힐까봐 창피합니다. 해병대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적 없는 국민의 군대입니다. 사회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요. 자랑스러운 해병의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되는데….”


1988년 해병대 제대 뒤 입사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은 김씨가 중간에 3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외도한 시간을 제외하면 사회생활의 전부를 바친 곳이다. 충북 철도노조 제천지부 미비(미조직·비정규직)정책국장을 지낸 김씨는 지난 1월 불법파업과 업무방해, 촛불집회 참여로 구속된 전력 등을 이유로 해고됐고 지금은 그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40대 중반을 지나가는 나이에 지금이라도 전쟁이 난다면 즉각 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김씨는 애국자다. 투철한 국가관을 갖춘 것은 물론, 요즘 세상에 아이까지 셋을 낳았으니 진짜 애국자 아닌가? 하지만 국가는 그를 구속했고, 회사는 해고했다. 군복무를 피했던 자들이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전쟁 불사’를 외치며 험한 소리를 내뱉는 통에 평화를 외치는 진짜 애국자들의 목소리가 묻힐까 걱정이다.

<제천=한겨례21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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