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김정수대위.jpg우리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병중대'다. 전군 최초로 대한민국이 개발한 세계적인 명품 K-9 자주포가 배치됐다는 것을 알고 서북도서에서의 군 복무로 자부심을 갖도록 내가 붙인 애칭이다.

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소연평을 바라봤었다. 아침 해가 아직 뜨지 않았지만 동이 트는 모습에 오늘 사격이 정상적으로 실시될 것을 알았다.

드디어 오후가 되어 사격이 시작되었고 준비한데로 2문은 사격에 미참가하고 혹시 모를 적의 도발에 대비하여 사격태세를 유지한 채 4문이 사격을 실시했다. 또한 다른 모든 중대원은 각자 임무수행 위치에서 대기하였고 사격은 절차에 의해 정확히 진행되고 맑은 하늘에 한 가닥 선을 그리며 정확히 표적 위치에 명중했다.

2개 관측반 모두 명중을 통보하고 ATT 우승을 확신하며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던 중 4포에서 안전 통제관 역할을 수행하던 포술담당으로부터 격발 불량을 보고 받고 천천히 불발탄 처리절차를 시행 하라고 지시를 했다.

다른 모든 포반은 4포가 사격이 끝날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고 있던 중 쾅! 하는 파열음이 들렸고 상황실에 있던 모든 대원은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나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 판단하고 1층으로 올라가 포상을 바라봤다. 바로 눈앞에는 연병장을 지나 방음벽 틈으로 2포의 모습이 보이고 까만 연기가 중대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주둔지 주변과 마을까지 포탄이 파열하는 모습이 보였고 여기저기서 화염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신속히 상황실로 들어가 중대 소산과 방독면 착용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부대장님께 주둔지 포탄 낙하 상황을 보고하고 장비 소산을 시키겠다고 건의했다.

부대장님은 신속히 소산을 지시하셨고 나는 행정관과 포술담당, 정비담당에게 상황파악과 피해현황을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포반의 소산완료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다시 상황실 밖의 상황을 살폈다. 연기의 색깔이나 아무런 냄새가 없었다.

다시 상황실로 내려와 방독면 해제를 지시했을 때 부대장님의 사격준비 지시 명령이 내려왔다.

포탄이 낙하되는 상황에서 즉각 사격준비를 지시했다. 우리 중대원들은 차분하면서 대담하게 사격을 준비했고 6포, 5포가 사격준비 완료 보고를 했다. 6포는 얼마나 화가 났던지 3번이나 "사격 준비 끝!"을 외쳤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적의 기습포격으로 피해 상황이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아 우선 준비되는 대로 부대장님께 보고를 했고 잠시 대기하라는 동안 2포가 사격준비가 끝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내 눈으로 본 2포의 모습은 분명히 큰 부상을 입었거나 장비파괴로 임무가 불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2포가 우렁찬 목소리로 사격준비 끝을 외칠 때 고마움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래서 부대장님께 3문이 사격준비가 끝났다고 정정보고를 하였고 부대장님은 "사격해!" 라고 단호하게 명령하셨다.

그리고 사격을 하는 도중 통신이 되지 않는 1포와 3포는 유선 복구조를 투입시켰다. 언제 어디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전명준 병장은 두려움 없이 바로 달려가 포반의 유선을 개통시켰고 화염에 휩싸인 1포 인원들을 포 밖으로 유도했다.

첫 번째로 적을 향해 사격을 하는 우리는 긴장감 보다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고 적의 기습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소산을 하고 다시 사격준비를 해서 대응을 한 것이었다. 사격 중에 4포로부터 3포에 부상자가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고 20발을 더 사격하라는 부대장님의 지시가 이어지고 또다시 재타격을 실시했다.

그러던 중 행정관으로부터 3포 인원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고 1포 화재가 크다는 보고를 받아 1포는 즉각 화재를 진압하도록 지시했다. 잠시 후 3포로부터 무전을 받았다. 3포 반장의 목소리였다. "수동으로 사격임무에 가담하겠다"는 보고였다. 나는 환자를 파악했고 "모두 이상 없습니다."라는 포반장의 보고에 더 힘이 나고 고마웠다.

그리고 적의 2차 사격이 있었고 포병 레이더로부터 사격요구가 들어왔다. 우리를 포격한 적을 찾아낸 것이었다.

나는 바로 표적전이를 지시하고 다시 사격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4문이 사격에 가담하게 되었고 또다시 포탄이 떨어지는 중에 3차 사격을 실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적 포탄에 의해 갑자기 정전이 되었고 통신이며 포대 통제기이며 작동이 되지 않는 암흑 속에서 상황실 인원들은 비상조명을 켰다.

나는 신속히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지시했고 적 포탄이 비산하는 가운데도 김영훈 상병은 발전기를 가동시켰다. 다행히 발전기가 가동되고 모든 장비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사격 끝!" 보고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조용한 가운데 나는 상황실에서 올라와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화재로 인해 검은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히고 간부들과 중대 본부의 해병들은 병사에서 소방호스를 모조리 끌어 연결해서 1포상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또한 추가적인 포격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포반원들은 계속해서 사격준비태세를 유지토록 지시하였고 나머지 병력들도 계속해서 탄약고 주변과 포상 주변의 화재를 진압하며 포반의 피해사항을 보고 받고 추가 도발에 대비했다.

갑작스런 적의 기습 포격으로 선제 타격을 받은 중대가 적의 포탄에 목숨을 걸고 개인의 임무에 충실하고 상·하간에 서로를 챙겨가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 준 중대원! 우리 해병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살아줘서 고맙다.

우리는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이렇게 건재하며 평소 우리가 외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병중대'라는 자부심을 더욱 실감하였고 우리의 영토와 국민에게 해를 끼친 북괴군에 대한 적개심은 중대장인 나를 비롯해 중대원 모두가 하늘을 찌르고 적이 추가 도발한다면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 성곡 2011.10.11 20:19
    우리 국군 화이팅!!!!
    개정일이가 또 도발 하면 그땐 통일의 기회로 삼아야.....

  1.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

    ▶포7중대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2010년 11월 23일. 날씨는 어느 날보다 좋았다. 난 오늘도 평상시와 동일하게 보급업무를 수행하고 오후에 있을 중대 ATT평가 사격 통제관으로써 탄종, 신관, 장약, 발수를 확인한 후 사격 시 15분전에 3포상으로 이동하여 사격준비 상태 및 3포 인원들에게 장비 이상 유무와 안전 교육을 실시...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069
    Read More
  2.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중사 안준오

    ▶ 인사과 일보담당 중사 안준오뒤돌아보면 마땅히 기여한 바도 없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인사과 간부들에게 감사하고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수기를 기록한다. 우리 연평부대 인사과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가 맡은 임무의 수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716
    Read More
  3.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행정관 상사 한훈석

    ▶ 본부중대 행정관 상사 한훈석'10. 11. 23. 화요일 14시 35분 청명한 초겨울 하늘에 검고 흉악한 포물선이 그려지고 서해5도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연평도가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는 아비규환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 날은 해상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라 대원들에게 거점작전에 대하여 교육을...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474
    Read More
  4.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군종과장 하승원대위

    ▶ 군종과장(목사) 대위 하승원 하승원 대위(사진 왼쪽)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탄흔이 보였다. 급히 올라간 의무실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들(병사들 지칭)이 누워있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응급실 안쪽에는 서서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251
    Read More
  5.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실 이재선하사

    ▶의무실 예방의학담당 하사 이재선 이재선 하사 23일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관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선후임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작하였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느 때와도 하나 다름없이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계획된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대 사격훈련이 시작...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54
    Read More
  6.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3포반장 하사 김영복

    김영복 하사 금일에 평가 ATT평가 사격이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전부터 사격준비 및 사격대비 비사격 임무를 실시하였다. 오후 13시 30분부터 평가사격이 되었고, 초탄은 우리 3포가 수정임무 사격을 실시하였다. 마지막 사격을 실시하는 도중에 4포가 불발이 나서 FDC에 불발보고를 하였다. 그때 우리 포반은 사격...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6769
    Read More
  7.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우리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병중대'다. 전군 최초로 대한민국이 개발한 세계적인 명품 K-9 자주포가 배치됐다는 것을 알고 서북도서에서의 군 복무로 자부심을 갖도록 내가 붙인 애칭이다. 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소연평을 바라봤었다. ...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8310
    Read More
  8. 해병대원들의 연평도포격 수기

    해병대 사령부가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수기 가운데 일부를 14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기는 현장에 있던 장병 12명이 직접 적은 것이다. 해병대 측은 다른 장병들이 적은 내용을 보완해 수기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기에는 장병들이 직접 보고 체험...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7954
    Read More
  9. 전쟁에 반대하는 해병

    해병 539기 김복철(44)씨. 그는 지난 1986년부터 88년까지 서해 바다의 강화도에서 근무했다. 오랜만에 군대 얘기가 나오자 여느 해병대 나온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경험담을 쏟아내더니 신병교육을 마치고 동기들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민다. “해병대의 빨간 명찰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닙니다. 전...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4565
    Read More
  10. 대한민국 최일선 서해 5도

    ‘서해 5도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북한의 연평 도발 이후 대한민국 최전방에 떠 있는 서해 5도는 우리에게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새삼 되묻고 있다. 백령, 대청, 소청, 연평, 우도 등 대다수 뭍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잊혀져 있던 이들 5개 섬은 이번 포격 사태로 우리가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분명...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6471
    Read More
  11. 백령도

    “중국 어선들 어장 싹쓸이 그래도 덕분에 북한이 포 안 쏘겠지 싶기도 하고…” “자식들 나오라고 성화 여기처럼 살기 좋은 데 없어… 저놈들 내려오면 총 들고 나설 것” ▲ 육지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 김장을 하는 백령도 주민들. 왼쪽이 이영자, 오른쪽이 최춘매씨.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 공격이 일어난 지 6일이 지난 11...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3078
    Read More
  12. 우도

    백령도·연평도 못지않은 전략적 요충지 1961년 남북한 비밀회담 루트 2주일마다 한 번씩 오는 부식 배가 생명선 서해 5도의 마지막 섬 섬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끝 365일 민간인 구경 못해 고독과의 사투 근무 장병들 우울증 호소도 ▲ 우도의 일부분. 해병 OP가 보인다. photo 신미식 서해 5도(島). 북한의 연평도 포격...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4003
    Read More
  13. No Image

    대청도

    “평생 고생해 민박집 하나 장만해 놨더니 낚시꾼 발길 끊겨 휴업상태 고기만 잡고 살았는데 육지 나갈 수도 없고…” 40년 전에 지은 방공호 있으나 마나북측은 서해안 기지에 온갖 포 집중배치北 앞마당이나 다름없어 ▲ 대청도의 한 주민이 선진동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해군 고속정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난 1...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8056
    Read More
  14. No Image

    해병대 - 함혜리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 6·25 전쟁 당시 한반도의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감 있는 기사로 전쟁의 참상과 이면을 세상에 알린 뉴욕헤럴드트리뷴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1950년 8월 23일 자에 송고한 기사다. 히긴스는 ‘귀신 잡는 해병대’란 제하의 기사에서 우세한 적군을 기습적인 양동 ...
    Date2010.12.07 By관리자 Views4264
    Read More
  15. 한번 더 건드리면 죽는다 우린 해병이다

    [중앙일보]입력 2010.12.03 19:22 / 수정 2010.12.04 02:38 “사나이 한 명이 길목 지키면 1000명을 두렵게 한다” 해병 청룡부대 11중대, 연대급 월맹군 격파 … 당시 신원배 1소대장, 해병정신을 말하다 해병 정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신원배 예비역 소장. 사진 =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정유재란 때이던 1597...
    Date2010.12.05 By관리자 Views42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