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실 예방의학담당 하사 이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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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하사

 

23일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관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선후임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작하였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느 때와도 하나 다름없이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계획된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대 사격훈련이 시작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몇 발을 사격하였는지 세어보면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지는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그 순간 우리 부대가 사격하는 소리가 아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른 느낌의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당황도 잠시. 당시 행정관님의(상사 송영복) '엎드려'란 소리에 모두 엎드려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어리둥절해 하며 단지 오발이라고만 생각하였고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을 때 또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앞산에 폭발이 일어났고 진동이 느껴졌다.

 

행정관님의 '실전상황이야 뭐야'라는 말에 '실제 상황인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하고 주변상황을 살필 시간도 없이 북한의 무차별한 폭격을 계속되었고 1차 폭격이 끝나고 서둘러 의무실로 복귀하였으나 항상 평화롭고 우리가 집처럼 생각하던 의무실은 폭격에 따른 파편으로 수십 장의 창문이 깨져있었다. 

 

현실을 느낄 새도 없이 환자가 발생하였다는 연락이 왔고 정비소대 하사와 수색팀장이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올라왔다. 안내에 따라 환자발생지역으로 치과군의관님을 비롯한 나와 몇 명의 대원들은 들것을 들고 달려가 보니 그곳은 드라마·영화·뉴스에서 보던 처참한 실제 전쟁 현장이었다. 

 

자신의 야전상의 내피를 벗어 지혈을 해주는 대원, 소리치며 의식을 잃어가는 전우를 부르는 대원 등 모두가 파편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동시에 출혈이 심하였다. 대량전상자 처치법에 따라 즉각 처치하여야 하는 환자를 찾아 지혈을 하고 부상부위를 살펴보고 있을 때 다른 의무요원과 전투병들은 들것을 이용해 후송하였고 나와 거동이 가능한 일부환자는 마침 도착한 AMB를 이용하여 의무실로 향하였다.

 

다시 도착한 의무실에서는 모두가 바쁘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고 항상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던 응급실은 한순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나와 같이 온 대원은 팔과 다리가 아프다고 하였는데 정확한 환부를 찾으며 군화를 벗겨보니 군화에 담겨있던 피가 쏟아졌고 얼굴에 파편을 맞아 입술주위가 다 찢긴 환자도 있었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끝내고 환자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평소 부대TTT훈련으로 대량전상자처치법 연습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우리 의무요원들은 의무실장님의(대위 김혜강) 지시에 따라 응급처치표를 작성하고 환자를 즉각, 지연, 최소, 기대로 구분함과 동시에 환자들을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환자 인적사항 및 부상부위를 파악 중 또 다시 폭격이 시작되었고 우리 모두 엎드려 대피하던 중 대피하지 않고 들것에 눕혀있는 김영철 일병의 손을 붙잡고 있는 해병을 보게 되었다. 

 

2차 폭격이 끝난 후 응급처치가 완료될 중 지휘통제실 및 상급 부대에 상황 관련 전화가 계속 왔고 또 다른 장소에서도 발생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후송 되어 왔다. 2차 폭격 당시 의무실 뒤편으로 불이 번져 유류고 쪽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몇 명 대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그 뒤에 환자후송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최소처치환자를 뺀 나머지 모두를 안전하게 해군 2함대 의무대로 후송을 보낼 수 있었다. 

 

몇 시간에 걸친 폭격과 환자 분류 및 처치, 후송을 겪고 난 의무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처참하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모습에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고 암담한 현실만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 날의 해군 해병대 연평부대 우리 모두는 최고였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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