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과 일보담당 중사 안준오안준오.jpg뒤돌아보면 마땅히 기여한 바도 없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인사과 간부들에게 감사하고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수기를 기록한다.

우리 연평부대 인사과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가 맡은 임무의 수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사과장과 관사담당은 군 주택 시설물 확인을 위해 마을 인근에 산재 해 있는 군 주택 시설물 점검을, 보임담당은 사격훈련 관측 업무를, 출도담당은 선착장에서 휴가자 통제 중에 있었으며 행정담당은 22일 휴가를 출발하였으나 늦은 시간 인천에 도착하여 23일 고향으로 향하였다.

각종 감사 자료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멀리 당섬 선착장에는 평소처럼 여객선이 입항하고 있었다. 평화롭고 소박한 섬마을의 풍경은 그때까지였다.

멀리서 포사격을 하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슝"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장 부근에 포격이 가해졌다 그 순간 머릿속은'혹시 오발인가' 최소사거리? 고각의 최대화? 앞뒤가 맞지 않았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찰라 마을과 부대시설 주변으로 연속적으로 적 포탄이 떨어졌다. 도발이 가해지고 있음을 확신하고 근무담당과 제2회의실 주변의 인원들을 대피시설로 이동시키며 달려가 인근 대피소 총안구를 통해 주변을 관측하였다.

그 시각 임무수행을 마치고 복귀 중이던 인사과장과 관사담당은 포격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해 어린이집의 어린이들과 교사, 길거리에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 및 어린이 등 수 십여 명을 대피시설로 이동시켰고, 출도담당은 선착장에서 휴가대기자를 버스 승차책임자에게 인계하여 각 부대로 복귀시키고 지통실로 돌아 왔다.

그 자리에서 우리 팀은 급히 임무를 분담했다. 우리의 임무는 전투행위가 아니라 적 공격으로부터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근무담당이 먼저 도착한 버스로 출발했고 나는 혼자 주차장 주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1차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사 박용철을 또 다시 포격이 가해질지 모르니 대피호로 이동할 것을 지시하였다.

잠시 후 버스 도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차장에 나와선 순간 또 다시"슝"하는 소리가 들려 건물 안으로 몸을 피하는 동시에 부부대장실 쪽으로 떨어진 포탄에 의한 파편더미가 건물 속으로 쏟아져들어 왔다.

파편 가루가 채 가라안기도 전 본관 앞으로 선착장 업무를 마친 출도담당의 차에서 내린 헌병근무자를 불러 건물 내부로 대피 후 또 다시 포탄이 본관 주변에 떨어졌다. 잠시 뒤 포격은 멈추었고 소강상태인 것으로 예상한 나는 버스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먼저 출발하여 주민과 연평어린이집 대피를 담당한 중사 정용균에게 연평 초등학교도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불통인걸을 확인, 건물 밖으로 나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헌병근무자와 지통실로 이동 헌병대장에게 신변을 인계한 후 전시업무로 전환 피해현황 및 사상자 파악에 나섰고 그러면서 부대의 피해상황이 속속 확인되었다.

전·사상자 가운데 서정우 하사는 22일 환한 웃음으로 만난 기억이 있어 너무도 가슴이 저려 왔다. 잠시 후 또다시 포격이 가해져왔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임무수행을 위해 쏟아지는 포탄사이를 거침없이 달렸다.

연평도 적 포격은 이렇게 지나갔고 그날 저녁에도 우리 인사과는 조를 나누어 대피시설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과 인원수를 확인하고 긴급물자를 지원토록 부대에 건의 지원하였다.

그날 밤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원에 나선 병원선, 해경정 및 개인선박을 이용해 섬을 빠져나갔다. 24일 인사과 간부들은 부대 통제에 따라 남아있던 민간인 170여명을 개인 차량 및 부대차량을 이용하여 선착장으로 이송하여 해군함정에 탑승시켜 인천으로 대피시켰다.

이 때의 상황은 마치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다행이 휴가 중이던 행정담당이 인천항에서 주민들을 안전하게 안내하여 임시 대피소로 이동하였다.

혹시 몸이 불편하거나 대피소식을 듣지 못해 마을에 남아있을 주민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불이 켜진 건물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하여 추가도발에 대비하였다. 그 이후로도 사실상 치안공백상태에 빠진 마을 및 군 시설을 중심으로 순찰을 실시하는 등 임무를 이어나갔다.

연평어린이집 유아들과 수 십 여명의 민간인을 대비시킨 인사과장과 관사담당, 적 포격 순간에도 관측소를 점령하여 임무를 수행한 보임담당, 민간인의 대피계획을 실천한 근무담당, 선착장의 동요를 막고 휴가자를 포함한 민간인을 대비시켰던 출도담당, 연평도 적 포격 소식을 듣고 고향땅을 밟아 보지도 못한 채 휴게소에서 다른 차와 미래해운 선박을 이용 복귀한 행정담당 이들의 질주가 있었기에 피해현황파악, 민간의 안전, 육지로의 안전한 철수, 빠른 안정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곳곳에서 많은 연평부대원이 강한 동료애와 근성을 보여주었으나 사기를 드높여야할 순간에 잘잘못을 논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포격의 순간에 최소한 자신의 안녕을 위해 자세를 숙이지는 않았다."

전투현장에는 사기충천한 연평부대원이, 불타는 마을에는 인사과 팀이 달리고 있었다.

 

 


  1.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연평도 포격 2년] "사람들이 잊어도, 정치인들이 뭐라해도 포화 속 뛰어든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 조선일보 2012.11.19 [1] 마르지 않는 눈물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설움과 눈물로 쓴 200쪽 김정일 조문 주장한 黨에 분해서 전화… "연평도...
    Date2012.11.21 By운영자 Views5994
    Read More
  2.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사수 병장 정병문

    ▶제7포병중대 3포 사수 병장 정병문훈련이 끝나서 한결 수월한 기분으로 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기준 3포로서 아쉽게 늦게 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입을 하던 도중 타 중대 사격소리인가 하는 포성소리가 들렸다. 우린 정리를 하며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4포가 불발탄 처리절차를 잘 해야 할 텐데 하며 아쉬...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94
    Read More
  3.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조종병 상병 박태민

    ▶제7포병중대 자주포 조종병 상병 박태민11월 23일. 이 날은 휴가를 나가는 날이었다. 모든 걸 마치고 배터에 가서 표를 끊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배가 보이기 시작하는 동시에 마을 쪽에 포탄이 한두 개 떨어지더니, 소나기가 오듯 수십 발의 포탄이 마을을 뒤엎었다. 순식간에 건물들이 날라 다니고 이곳저곳에...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7502
    Read More
  4.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인사병 병장 백종협

    ▶ 본부중대 인사병 병장 백종협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30분 총기상과 동시에 조별과업 정렬을 떠났다. 간단한 인원 파악 및 국군도수체조, 조별과업을 부여받고 해산을 한 뒤 근무표를 확인했는데, 근무표를 보니 13시~16시까지 주간 3직 근무였다. 오늘 14시에 대 해상사격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3544
    Read More
  5.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병 이병 윤성문,강병욱

    ▶의무실 의무병 이병 윤성문 윤성문 이병 2010년 11월 23일 포 훈련을 하고 있던 중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훈련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기가 파편에 맞는 것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여기저기에서 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와 공포는 물 밀...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4855
    Read More
  6.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

    ▶포7중대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2010년 11월 23일. 날씨는 어느 날보다 좋았다. 난 오늘도 평상시와 동일하게 보급업무를 수행하고 오후에 있을 중대 ATT평가 사격 통제관으로써 탄종, 신관, 장약, 발수를 확인한 후 사격 시 15분전에 3포상으로 이동하여 사격준비 상태 및 3포 인원들에게 장비 이상 유무와 안전 교육을 실시...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141
    Read More
  7.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중사 안준오

    ▶ 인사과 일보담당 중사 안준오뒤돌아보면 마땅히 기여한 바도 없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인사과 간부들에게 감사하고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수기를 기록한다. 우리 연평부대 인사과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가 맡은 임무의 수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822
    Read More
  8.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행정관 상사 한훈석

    ▶ 본부중대 행정관 상사 한훈석'10. 11. 23. 화요일 14시 35분 청명한 초겨울 하늘에 검고 흉악한 포물선이 그려지고 서해5도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연평도가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는 아비규환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 날은 해상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라 대원들에게 거점작전에 대하여 교육을...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59
    Read More
  9.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군종과장 하승원대위

    ▶ 군종과장(목사) 대위 하승원 하승원 대위(사진 왼쪽)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탄흔이 보였다. 급히 올라간 의무실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들(병사들 지칭)이 누워있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응급실 안쪽에는 서서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343
    Read More
  10.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실 이재선하사

    ▶의무실 예방의학담당 하사 이재선 이재선 하사 23일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관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선후임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작하였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느 때와도 하나 다름없이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계획된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대 사격훈련이 시작...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653
    Read More
  11. 해병대원들의 연평도포격 수기

    해병대 사령부가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수기 가운데 일부를 14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기는 현장에 있던 장병 12명이 직접 적은 것이다. 해병대 측은 다른 장병들이 적은 내용을 보완해 수기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기에는 장병들이 직접 보고 체험...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80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