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사령부와 ‘동고동락’

 

1951년 진해여고 강당에서 창립

제주~부산 거쳐 1956년 용산 신청사 시절 정착사

령부 해체되며 28년간 ‘인고의 세월’

 

- 작은 예배당 속에 ‘이스라엘 민족사’가?

 

중앙통로에 12개 사다리 문양과 보조대 28개

더하면 40…출애굽 뒤 40년 광야생활과 일치

도솔산 고지 탈환 고로쇠나무로 십자가 만들어

신앙전력화 근원지로 가장 오래된 군인 교회

 

 

국방일보 건물과 맞닿아 있는 서울 용산구 용산동 2가 일대는 예로부터 ‘해방촌’이라고 불렸다. 해방 직후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정착한 이 고즈넉한 동네가 세련된 카페와 세계 음식점이 들어선 ‘젊음의 거리’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방일보가 소속된 국방홍보원과 방위사업청 부지에서 젊음이 넘실대는 해방촌을 향해 나가다 보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낡은 건물을 하나 볼 수 있다. 오래된 화강암과 담쟁이덩굴에서 은은히 퍼지는 단아한 기운, 자그마한 십자가와 소박한 나무계단, 벽돌로 쌓아 올린 기둥은 이곳이 교회임을 쉽게 짐작하게 해준다. 70평 남짓한 아담한 건물 입구에 놓인 기념비에 쓰인 한문을 풀어보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이 건물의 이름이다.


해병대초대교회.jpg

국방일보가 소속된 국방홍보원과 방위사업청 부지에서 해방촌을 향해 나가다 보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신앙전력화의 근원지인 이 교회는 가장 오래된 군인 교회이다. 양동욱 기자



● 작은 예배당 속에 담긴 굴곡의 역사, 이스라엘 민족사와 닮았네



지금은 국방홍보원과 방위사업청이 들어서 있지만 이곳은 원래 1956년 인근 남산에서 자리를 옮긴 해병대사령부가 자리 잡았던 장소다. 1949년 경남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된 해병대는 6·25전쟁을 거쳐 1955년 3월 서울 남산으로 사령부를 옮겼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이곳 용산동에 신청사를 마련했다.



초대교회 역시 해병대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1951년 경남 진해여고 강당에서 처음 창립된 ‘해병대사령부 교회’는 제주, 부산, 남산 등에서 해병대사령부와 함께했다. 창립 당시만 해도 이동이 잦았던 터라 퀀셋(간이건물) 형식으로 만들어졌던 교회는 사령부가 용산동에 정착하면서 드디어 제대로 된 영구건물을 갖게 됐다. 해병대 공병감실이 설계한 교회는 사령부 부지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1966년 12월 발행된 ‘해군 군종사 제1집’은 초대교회 건물에 대해 ‘서울 장안의 반원(半圓)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세상에 빛을 속속들이 비추어야 하는 교회를 상징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초대교회는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건물이 창고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시련을 겪게 된다. 사령부 해체를 끝으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던 초대교회는 2001년 원래 모습 그대로 상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 한국기독해병선교회가 그해 10월 28년 만에 기념비를 세우고 복원에 나서면서 빛을 되찾았다. 2002년 1월에는 25대 이철우 사령관이 이곳에서 취임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교회로서의 기능을 회복했다.


● 곳곳에 숨겨진 ‘상징’, 신과 해병대에 대한 사랑 담아



초대교회의 험난한 여정은 40년간 광야를 떠돌다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민족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기자만의 것은 아닌 듯했다. 교회 내부를 안내한 한국기독해병선교회 문한구(장로)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교회 내부에는 숫자를 통한 상징이 숨어 있습니다. 바닥 중앙 통로에 12개의 사다리 문양이 보이시죠? 12제자, 12지파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천장 대들보와 서까래 사이에 보조대는 총 28개입니다. 교회가 회복되기까지 걸린 인고의 시간 28년을 상징한 것이죠. 숫자 12와 28을 더해보세요. 40이 되죠?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뒤 40년간 광야생활을 한 것을 의미합니다. 초대교회도 광야생활을 극복하고 다시 승리했으니 일맥상통하지 않습니까?”



신실한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지만 동시에 해병대의 역사이기도 한 초대교회에는 전투에 나서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적과 맞서 싸웠던 ‘해병대 DNA’를 엿볼 수 있는 뜻깊은 구조물도 있다. 예배당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십자가가 그것이다. 소박한 느낌의 이 십자가는 1951년 해병대 1연대가 북한군에 맞서 혈전 끝에 탈환한 강원도 양구군 도솔산에서 자란 고로쇠나무로 만들어졌다. 700여 명의 전·사상자를 내면서도 도솔산 고지를 탈환해낸 이 산악 대공방전은 해병대 전투사에 길이 남는 작전 가운데 하나다. 초대교회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해병대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도솔산에서 나무를 가져와 십자가를 만들었다.



현재 초대교회는 28년간 해군·해병대에서 군종목사를 맡았던 장내성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1시에 주일 예배를 드리고 화요일에는 방위사업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화요직장인예배가 열리고 있다. 주일 예배에는 선교회 회원들은 물론 해병대 예비역들과 민간인들도 함께한다. 문 장로는 “‘무적 해병대’가 ‘국민의 해병대’로 다가가는 데 초대교회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 “전군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군인교회, 문화유산 지정되길”



선교회는 현재 서울시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한 상태다. 6·25전쟁 중 창립된 초대교회로서의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임과 동시에 ‘무적해병’을 양성한 신앙 전력화의 근원지로서의 역사적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선 작고 볼품없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온 상징적인 가치도 있다. 장 목사는 “해병대 초대교회는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군인교회로 군종사적 의미가 크다”며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초대교회가 문화재로 등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해병대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다른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예쁘장한 느낌의 초대교회 안에는 굴곡이 가득한 역사가 담겨 있었다. 해병대라면, 그리고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들러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바로 초대교회다. 천천히 흘러가는 용산의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1. 45년째 마르지 않는 전우 향한 눈물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던 31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26묘역. 백발의 노병들이 한 묘비 앞에서 묵념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1626 고(故) 황종만 해병(상병) 1968.1.31 월남전 전사’. 참배 행사를 한 노병들은 주월 청룡부대 특공중대 1소대 출신의 해병대 참전용사들이다. 베트남전 당시 소대...
    Date2017.01.31 By운영자 Views1117
    Read More
  2. 해병묵시록, 불타는 전우애로 하나된 해병 이들 앞 불가능은 없었다!

    대개 전쟁영화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최전선에서 병력을 진두지휘하는 장군 등 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때로는 대상이 복수인 경우도 있다. 특수한 임무를 띤 소수의 정예군이나 분대 병력이 그들이다. 이들은 난공불락의 적지에 침투해 적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빼내 오는 역할을 맡게 된다...
    Date2017.01.11 By운영자 Views1396
    Read More
  3. '고난의 역사’ 담긴 용산 해병대 초대교회

    - 해병대사령부와 ‘동고동락’ 1951년 진해여고 강당에서 창립 제주~부산 거쳐 1956년 용산 신청사 시절 정착사 령부 해체되며 28년간 ‘인고의 세월’ - 작은 예배당 속에 ‘이스라엘 민족사’가? 중앙통로에 12개 사다리 문양과 보조대 28개 더하면 40…출애굽 뒤 40년 광야생활과 일치 도솔산 고지 탈환 고로쇠나무로 십자가 만...
    Date2016.02.14 By운영자 Views1289
    Read More
  4. 해병대 5분대기 소대를 출동시킨 아카펠라

    "어? 왜 이러세요?" 아카펠라 공연이 진행되던 중 객석 장병들이 우당탕 의자를 뛰어넘으며 뛰쳐나갔다. 공연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잠시 후 장병들이 웃으며 돌아왔다.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는 모습이 이상했다. 공연을 도와주던 간부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 아닌 잘못을 이야기했다. ...
    Date2016.01.14 By운영자 Views1375
    Read More
  5. 해병대 이후 난 '금수저'로 거듭났다, 부시파일럿 오현호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의 저자 오현호 씨가 비행 교육을 받은 미국 베로비치 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빛비즈 제공 모두 청년의 도전과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도전은 쉽지 않다. 딱히 내세울 스펙도 없고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서다. 이렇게 도전이 두렵다면 신...
    Date2016.01.05 By운영자 Views1923
    Read More
  6. 가족 같은 단결력 발휘… 장교부터 병사까지 총력, 해병대1사단 병영문화 혁신 현장

    ‘한 명의 낙오자도 끝까지 책임진다’ ‘해병·간부 생활신조’ 매일 두 차례 제창 마음가짐·행동양식이 달라짐을 느껴 병 인성교육·간부 리더십 교육 강화 빅데이터 분석, 사건사고 선제적 예방 ▲ 해병대1사단 포병연대 본부중대 장병들이 19일 오전 과업정렬 중 해병 생활신조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문찬호 중사 ▲ 해병대1사...
    Date2015.10.28 By운영자 Views2241
    Read More
  7. 해병대 연평부대 해안소초의 하루

    북방한계선 NLL을 지척에 둔 섬 연평도! 그 곳 연평도는 해병대 연평부대가 사수하고 있다. 밤낮으로 서북도서 사수에 여념이 없는 해병대 연평부대의 해안소초와 분초의 하루를 들여다 보았다 http://demaclub.tistory.com/2846
    Date2015.10.28 By운영자 Views2148
    Read More
  8. 해병대를 빛낸 해병 15-8호 주인공 2사단 병장 양혁준

    전역을 앞둔 해병대 병장이 훈련에 참가하려고 전역을 열흘 미뤄 화제입니다. 주인공은 해병대 2사단 83대대 소속 양혁준 병장입니다. 낙엽 떨어지는 것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이라면 전역 직전에 예정된 힘든 훈련을 휴가를 내서라도 피했을 법한데 역시 해병대~!! 양혁준 병장의 전역 예정일은 원래 6월 29일 이였지만, ...
    Date2015.07.03 By운영자 Views2051
    Read More
  9. No Image

    11월의 6.25전쟁영웅 강길영 해병 중위

    11월의 6.25전쟁영웅 강길영 해병 중위 ◈ 중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고지는 반드시 우리가 점령하겠습니다. ◈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해병 제1연대 소속으로 강원도 양구 전방의 전술적 요지인 924고지 전투에 참가해 중대의 선두에서 돌격전을 감행하던 중 적탄에 의해 전사한 강길영 해병 중위를 11월의 6?25...
    Date2014.11.11 By운영자 Views1246
    Read More
  10. 해병전사프로그램③ 전투지휘자

    "전승보장과 밝은 병영문화 정착을 위한 해병전사프로그램" 에서 소개해 드린 전투전사와 지식전사에 이어 이제 전투지휘자과정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투지휘자 과정은 부대에 전입한 초급간부들이 일정기간의 선정된 핵심과제를 자기주도적 수련을 통해 숙달하여 먼저 알고 자신감있게 부대를 지휘할 수 있도록 ...
    Date2014.10.20 By운영자 Views1812
    Read More
  11. 해병전사프로그램② 지식전사

    해병전사프로그램의 지식전사과정은 부대 구성원들로 하여금 군 생활 기간 중 장기적인 인생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군 생활목표를 설정하여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군 생활이 인생의 도약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이하생략 / 해병대공식 블로그 임영식기자 http://rokmarineboy.tistory.com/1955
    Date2014.10.20 By운영자 Views1415
    Read More
  12. 해병전사프로그램① 전투전사

    전투전사 과정은 전입신병이 부대에 전입 후 일정기간동안 자기주도적 수련으로 올바른 병영문화에 대한 이해와 선정된 핵심과제를 집중 숙달하여 최단 시간 내 정예 전투원을 육성하는 과정으로, 군 생활 시작 단계부터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습관을 배양하기 위해 전입 후 4주간의 기간 동안 정과시간을 부여하여, 자기...
    Date2014.10.13 By운영자 Views1870
    Read More
  13. 전승보장과 밝은 병영문화 정착을 위한 해병전사프로그램

    해병전사 프로그램은 지금 당장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강한 전투원으로 거듭나고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국가 인적자원으로서 자격을 갖춘 당당하고 멋있는 해병전사를 육성하는 해병대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써, ①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전사를 육성하기 위한 전투전사 과정, ...
    Date2014.10.11 By운영자 Views1731
    Read More
  14. “다시 태어나도 해병대 군복을 입을 겁니다”

    해병대2사단 문성탁 준위 가족 7명, 예비역 9명까지 합하면 250년 ‘빨간 명찰’ 3代 잇는 병역 명문家자녀, 무술 단증만 11단 이종사촌 4명도 현역 부사관 ‘해병대 가족’으로 유명한 문성탁 준위와 딸 라원 중사가 해병대2사단 영내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 제공=김지원 상병 서해 최북단 백령도 6여단에서 사진 담...
    Date2014.10.09 By운영자 Views2734
    Read More
  15. 해병대의 상징, 상륙돌격장갑차(KAAV)의 승무원은 어떻게 양성될까?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해병대~ 상륙작전의 선봉전력인 상륙돌격장갑차(KAAV), 상륙훈련의 결정적행동단계에서 적해안을 향해 거침없이 돌격하는 상륙돌격장갑차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완전무장한 상륙군 21명이 탑승할 수 있는 해병대에서만 운용하는 장비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 해병대의 상징인 상륙돌격장갑...
    Date2014.03.03 By운영자 Views393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