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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병의 해묵은 일기

 

그시절 주월 한국군에게 고국으로 부터 오는 위문단은 삭막한 열대의 베트남 이국 전선의 한국군들 한테는 군생활의 활역소가 되었다고 하면 그 누가 이유달 사람 없으리라! 대개 고국에서 오는 그런 주월 한국군 위문단은 3등급으로 나눌수 있다.

1등급은 완전 잘나가는 일류 스타급 연예인 들이다.

2등급은 무명 유랑극단 연예인이 유명 스타급 한두명 섭외 해서 약방의 감초격으로 낀 위문단이다.

3등급은 유명 연예인은 없고, 무명 연예인 들로만 구성된 위문단이다.

어찌 됐건 이런 연예인 위문단 들이 고국으로 부터 오면 등급을 떠나서 무조건 반가웠던 것은 매 일반이다.(등급 위문단 격식은 본 개인적 관점이다)

곽해병은 군에 입대 하기전, 막간의 세월을 이용해서 동대문 밖 신설동 N 극장에서 날이면 날마다 파고 살았다. N 극장은 영화는 상영 안하고, "쑈"만 하는 극장이었는데, 그날도 곽 해병은 몇해를 거듭하는 쑈를 관람 하면서 객석 맨 앞줄 무대 정면에 앉아 있었다. 맨 앞줄에 앉아야 쑈에 출현하는 연예인들을 리얼하게 바라 보아서 그들 연예인들의 무대 매너의 장단점을 파악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시절 유명 연예인 불문하고 쑈의 연출 내용이나 동작 내지는 언어가 시시껄렁 하면 곧잘 야유가 나갔는데, 맨 앞줄 관객석 역활은 대개 그런 역활이었다. 요즘 같은 극성 팬들이 자신만 선호하는 스타들만 스타랍시고 팬클럽 짜서 줄줄 따라다니며 손 흔들고 사진 찍고 싸인 해 달라 하는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 잘못 하면 무조건 야유가 나가는 시절이었다. 요즘 컴터 악플보다 더한 시절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나름대로의 특이한 개성을 팬들에게 보여 줄려는 안간 힘의 노력이 그 시절이 더 농후 했을 것이다. 그런 앞줄 관객석은 누구나 가서 앉는 것이 아니고, 대개 젊은 시절을 재미있게 보낼려는 청춘 남아들의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청춘이라는 낭만이 녹슬기 전에 한가닥 추억이라도 군대 가기전에 붙들려고 젊은날의 피날레가 사람을 가만이 못 있게 하던 꿈의 젊은 시절--해마다 봄이 늦게 돌아오면 꽃들은 가만 기다리지 않고, 그만 빨리 피어 버리고 지고 마는 시절, 봄이 여름을 손짓하던 시절의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그날도 N 극장의 쑈가 오후를 넘어 몇바퀴 회전하고 있었는데____

밤이 늦어 마지막회 쑈가 진행 될때에 곽해병은 군 입대 까지의 마지막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마지막 회는 특별 출현이랍시고, 여직 안나오던 원로가수 "현인" 이 출현하는 것이었다. 대개 그시절 극장 쑈는 마지막 회때 밀물처럼 빠져 나가는 관객을 붙들기 위해서 맨마지막 회에는 유명 연예인을 무대에 내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회에 현인이 출현을 해서 현인 특유의 힛트송 "신라의 달밤" 을 부르기 시작 했는데, 현인 특유의 창법---시~이이이라에 바바~밤~이이여~ 부~ㄹ~ 국~사에 조~옹소리 들~리어 오~온다~~~하는데,

그때에 곽해병이 맨 앞줄 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야! 현인이는 밤낯 신라의 달밤이냐?" 하고 야유를 놓으니 현인 왈---노래하다 말고, "예 맞습니다! 현인 하면 신라의 달밤이고--신라의 달밤 하면 현인이지 않습니까?"  하니 꽉찬 객석에서 관중들이 "옳소! 옳소! 하는 환호의 박수 소리가 우뢰같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이었다.

훗날 곽해병은 전광석화 같은 세월의 흑백 필름이 파다닥 돌아서 해병대에 입대하여 베트남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현인씨를 다시 해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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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한국군 청룡에 대한 위문 공연은 청룡여단 본부 모래밭 연병장 모퉁이 가설 무대에서 진행 되었는데, 각 지역 청룡 대대 장병들이 이런 위문단이 오면 속속 여단 연병장으로 모여 들었다. 그날도 곽해병은 고국에서 온 연예인 위문단 공연을 관람하기 위하여 대대장병 대열속에 끼여 있었는데---

아! 그런데! 거기 위문단 가설무대에 현인씨가 나와서 신라의 달밤을 부르는 것이었다.

곽해병은 예의 옛날 그 습이 살아나서 가설무대 앞쪽에서 앉아서 관람을 하다가 "야! 현인이는 밤낮 신라의 달밤이냐? 하고" 야유를 놓으니 "예의 현인 왈 " 예! 맞습니다! 현인 하면 신라의 달밤이고, 신라의 달밤 하면 현인이지 않습니까?" 하니 꽉매운 청룡부대 가설무대 객석에서 "옳소!옳소!" 하는 환호의 소리가 메아리 쳤다.

원로가수 현인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곽해병과의 현실적 일면식도 없지만---무대 위의 "연예인과 관객과"의 "야! 현인이는 밤낮 신라의 달밤이냐? 하니 현인 왈 "예! 맞습니다! 현인 하면 신라의 달밤이고, 신라의 달밤 하면 현인이지 않습니까?" 하는 무대 위의 가수 연예인과 관객과의 스쳐가는 저 베트남에서의 해후의 문답(問答)을 저 세상에서 현인씨는 알고나 있는 것일까?

사람은 그 누구든 자신이 태어난 그릇만큼, 자신 그릇대로의 운명을, 자신만의 에너지의 힘으로 살다가 그 에너지의 힘(力)이 다 하면 마지막 세상을 살게 되어 조용한 곳으로 가게되어 있다. 그 누구든 산전수전 겪어봐야 인생(人生)이란걸 알게 되고, 그런 사람이 마지막 자신의 임종을 잘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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