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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전쟁영화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최전선에서 병력을 진두지휘하는 장군 등 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때로는 대상이 복수인 경우도 있다. 특수한 임무를 띤 소수의 정예군이나 분대 병력이 그들이다. 이들은 난공불락의 적지에 침투해 적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빼내 오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신출귀몰한 액션과 마술에 가까운 전술,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적들을 일거에 무찌르며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활극을 제공한다.

병사들의 캐릭터도 다양하다. 맏형 같은 리더를 중심으로 우람한 체구의 충직한 전사, ‘골통’으로 불리는 고집스러운 대원, 적인지 아군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자가 있는가 하면,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도 있고 남자를 능가하는 여전사도 감초처럼 끼어 있다. 이 같은 개성 강한, 혹은 물불 안 가리는 대원들은 서로 갈등하고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전우애로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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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병묵시록’은 중대장을 포함한 해병대 분대 병력이 주인공이다. 6·25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2년, 최정예 해병대원들과 폭파 전문가, 금고털이로 구성된 특공대가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 화학공장에 침투, 요새 같은 공장을 폭파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북한 요새에 침투한 해병대원들의 무용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전쟁의 참상과 전우애, 일상 속 휴머니즘과 웃음을 적절히 배합해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남쪽으로 쳐내려온 북한군 또는 공비와 벌이는 공방전이나, 한 여성을 두고 일어나는 남북한 군인 간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그린 영화와는 달리 북한 적지에 침투한 국군이 북한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탈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방어 차원의 전투가 아니라 적지에서 하는 공격적인 전투라는 면에서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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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해병묵시록’은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의 비장미를 살리려는 의도로 명명된 듯한데, 원래 묵시록(默示錄)은 신약성서 중 마지막 부분으로, 종말과 최후의 심판을 뜻한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미군의 윌라드 대위가 군에서 탈영한 커츠 대령을 찾는 과정을 통해 전쟁의 광기를 그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9년 작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잘 만들어진(well-made)’ 전쟁영화는 많다.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웰컴 투 동막골’ 등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나 주제 면에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리 국군의 무용담이나 활약상을 표현하는 데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국군의 전우애나 활약상보다는 전쟁 자체에 역점을 두다 보니 북한군이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묘사됐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일방적인 반공영화나 국책 영화를 만들 수는 없지만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우리 국군의 조국애나 무용담만큼은 사실적이고 균형감 있게 그려져야 한다.

6·25전쟁 당시 우리 해병대의 용맹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별명이 그것을 방증한다. 이 문구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다. 그녀는 6·25전쟁 발발 이틀 만에 우리나라에 와 최전선에서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경남 통영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후, 우리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취재하며 그들의 용맹성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그때 그녀가 신문사에 타전한 “귀신도 잡는 해병(They might even capture the devil)”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도 우리 해병대의 용맹성을 나타내는 문구로 회자된다.

6·25전쟁은 한반도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겼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용사들이 목숨을 바쳤고 국민이 죽었다. 다시는 이 같은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은 우리 국민이 원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상대가 있다는 말이다. 새해 들어 북한의 김정은은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능력을 과시하며 우리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투철한 안보의식과 철통 같은 방위태세는 새해에도 한결같은 우리의 의무요, 사명이다.


감독:이병주
주연:유영국, 김영일, 김주영

<김병재 영화평론가>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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