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던 31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26묘역.
백발의 노병들이 한 묘비 앞에서 묵념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1626 고(故) 황종만 해병(상병) 1968.1.31 월남전 전사’.
참배 행사를 한 노병들은 주월 청룡부대 특공중대 1소대 출신의 해병대 참전용사들이다.
베트남전 당시 소대장이었던 서정호(76·전 삼양식품 회장) 중위를 비롯해 3분대장 김영대(78) 씨 등 모두 7명.
이들은 지난 1972년부터 올해까지 4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같은 날 황 상병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전우의 넋을 기리고 있다.
황 상병을 찾는 이들의 사연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1월 31일 베트콩의 구정공세 때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분대장 김영대 하사가 적의 총탄에 쓰러지자 황 상병이 목숨을 걸고 분대장을 구출하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후 베트남전을 마치고 귀국한 김영대 분대장이 당시 사선에서 함께했던 소대원들에게 참배 행사를 하자고 제안해 매년 7~8명이 황 상병 묘역을 찾고 있다.
김 분대장은 “나를 구하고 전사한 황 상병에게 평생 빚이 있다”며 “당시 전투에 참전한 소대원들이 주저 없이 뜻을 같이해 해마다 황 상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분대장은 경남 창원 출신인 황 상병의 아버지가 지난 1999년 작고했을 때 한걸음에 달려가 상주(喪主) 노릇도 기꺼이 하는 등 황 상병과 목숨을 바꾼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소대장이었던 서정호 전 삼양식품 회장 또한 특공소대원들을 반백년 넘는 지금까지 각별히 돌아보며 힘 닿는 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정호 소대장은 “우리 소대원은 죽음도 불사하며 베트남전에 뛰어든 진정한 해병대 전우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황 상병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요, 우리는 전쟁터에서 피를 나눈 전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거나 군대 생활을 함께한 동료’를 일컬어 전우라고 말한다.
이들 베트남전 참전 전우의 반백년 가까운 인연에서 새삼 ‘전우’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국방일보 2016.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