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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김영록 씨가 사막을 달리고 있다. 중국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전경.사진 제공=김영록 예비역 병장

 

“52도에 육박하는 기온에 숨이 턱턱 막혔어요. 식량, 의류, 취침 장비로 가득 찬 배낭은 어깨를 짓눌러왔죠. 양발에 생긴 손바닥 크기의 물집을 터뜨리며 계속 걸었습니다.”

김영록(홍익대 전자공학과)·정현강(고려대 사학과)·내윤환(동아대 국제관광학과) 해병대 예비역 병장은 지난달 24일 한낮 최고기온이 52도에 육박하는 중국 몽골고원의 고비사막을 걷고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고비사막. ‘고비’는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으로 비가 연간 50㎜밖에 오지 않는다.

올해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는 지난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열렸고 세계 각지에서 112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참가자들은 옷과 식량, 취침장비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를 직접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주최 측은 하루 9L의 물만 제공한다.

7일간 250㎞의 거리를 완주해야 하며 매일 오후 7시까지 중간지점을 통과하지 않으면 탈락 처리한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걸어야 하는 극한 체력을 요구한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해병대 예비역 3인은 모두 완주했다.

특히 김영록 씨는 35시간 06분 49초의 기록으로 20대 부문 우승을 차지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특유의 해병 정신으로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입을 모았다.

 

‘끈기와 자신감’으로 20대 부문 우승 쾌거
김영록(해병1150기) 해병대 예비역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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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영록 씨는 대회 우승을 목표로 고강도 훈련을 했다. 서울 해방촌에서 숙식하며 매일 남산을 달렸다. 장거리 훈련은 트레일러닝 대회를 통해서 했고 트랙을 돌며 인터벌 훈련도 병행했다. 주 100㎞, 월 400㎞를 달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전략도 세웠다. 하루에 82㎞를 달려야 하는 5일 차 롱데이에 사활을 걸었다. 4일 차까지 체력을 아껴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5일 차에는 앞 선수만 보면서 달리기에 집중했다.

김씨는 “발바닥 반 이상이 물집이었고 발목 상태도 달리기 어려운 상태였다”면서도 “쓰러지고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해병대에서 배운 끈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마침내 그는 결승선을 통과했고 20대 부문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김씨는 이번 마라톤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그는 “준비가 부족하면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실감했고 힘들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도 배웠다”고 말했다. 

 

초보 마라토너, 해병대서 배운 ‘악과 깡’으로 도전!
정현강(해병1197기) 해병대 예비역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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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배운 ‘악’과 ‘깡’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현강 씨는 초보 마라토너다. 풀코스는 물론 하프마라톤조차 참가해본 적이 없다. 군 복무 중 체력검정을 위해 3km를 달려본 게 전부다. 그는 “나에게 사막 마라톤 도전이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면서도 “해병대에서 배운 ‘악’과 ‘깡’이 있었기에 못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정씨는 매일 11시간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라톤 참가경비를 마련했다. 또 2시간 개인 트레이닝을 하며 꾸준히 체력을 길렀다. 식당 홀서빙, 택배 상하차, 세차장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정씨는 “극한의 레이스 사막 마라톤 대회 사진과 영상을 보는 내내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내 가슴이 뛰는 소리에 귀 기울였던 적이 있었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회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112명 중 67등으로 완주했다. 그는 대회 4일 차 160㎞를 걸었던 날 안타깝게 완주를 못한 한 한국인 여성에게 이스라엘 국적의 참가자가 자신의 완주 메달을 건네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씨는 “사막 마라톤 완주에 대한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전투체육 시간 활용, 연병장 달리며 체력 키워

내윤환(해병1200기) 해병대 예비역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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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강해졌습니다.” 


내윤환 씨는 20살 때부터 사막 마라톤 참가를 꿈꿔왔다. 세계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같은 텐트에서 자고, 광활한 사막을 달리고, 일정이 끝난 뒤에는 모닥불 앞에서 수많은 별을 보며 이야기하는 사진을 본 뒤였다. 그는 “전역 후 바로 사막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도록 일자를 고려해 해병대에 지원했다”며 “군 생활 중에는 전투체육 시간을 활용해 연병장을 달리며 체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700만 원에 달하는 참가 경비는 군 적금과 아르바이트로 마련했다. 해병대군수단 폭발물처리반(EOD)에서 복무한 내씨는 생명수당과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 저축했다. 막상 돈이 모이니 ‘꿈을 실천할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유럽 여행, 휴양지 관광 등 대학생이 흔히 꿈꾸는 바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돈이 사막에서 단 7일 만에 쓰인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끝에 20대에 도전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74위의 기록으로 완주한 내씨는 “웅장하고 광활한 사막을 뛰다 보니 나 자신이 지구의 작은 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대자연 속에서 겸손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국방일보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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