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이 병영생활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지휘관이 갖춰야 할 조건 ‘통찰력’
전진구(중장) 해병대사령관은 장병들에게 ‘꿈과 희망’을 강조한다. 꿈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이며, 희망은 하루하루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하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꿈과 희망을 충족시켜 주는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 독서라는 게 전 사령관의 지론이다. 그는 “아직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장병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급간부들,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들이 인문학을 통해 통찰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입문서”라며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권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는 신독과 통찰력”
처음과 마지막을 역사의 교훈으로 장식한 이 책은 창의성, 디지털, 스토리, 욕망, 유혹, 매너, 전쟁, 모험 등 우리 삶을 지배하는 10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전통 인문학 서적은 아니지만 인문학의 중요성과 개인·조직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에 쉽게 접근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삶에 대한 고민과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인문학의 핵심이며, 이를 바탕으로 ‘통찰의 힘’을 키워 개인과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사령관은 “많은 사고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전통 인문학 서적보다는 과거의 역사와 인물, 사건 등으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이 책이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인문학의 자양분을 섭취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인문학은 정치·경제·역사·학예 등 인간과 인류 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인문학이 주목받으며 ‘대세’로 자리 잡은 건 통찰의 힘 때문이다.
이는 전 사령관의 지휘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부하의 목숨을 담보로 전승해야 하는 지휘관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과 자격으로 통찰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 뒤 전쟁을 한다)’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지혜·신의·어짊·용기·엄격)’ ‘변화와 혁신’이 그것. 특히 선승구전은 작전·교육훈련·병영문화 등 해병대 전반의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완전성을 구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는 신독(愼獨: 남이 보거나 듣지 않는 상황에서도 언행을 삼가고, 스스로 속이지 않는 자세)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통찰력은 전투를 승리로 종결짓고, 부하를 살리는 지름길입니다. 날로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먼저 예측하고, 먼저 행동해야 합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조직이 발전하려면 ‘집단 지성’으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휘관과 장병들이 공감·소통의 문화를 깊게 뿌리내려 해병대를 최고의 조직으로 정착시켜 주기를 기대합니다.”
독서는 꿈·희망 충족시키는 이상적 수단
이러한 지휘철학의 밑바탕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제도, 구호가 있어도 이를 수행하는 사람의 능동적인 참여가 없으면 모든 게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은 이 같은 관점에서 해병대원들이 독서를 즐기고, 사람의 본질을 알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하기를 소망했다. 더불어 보편적인 가치를 누리는 삶이 중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 리더십’ 함양을 당부했다.
“지휘관은 부하의 감성을 자극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장병들이 올바른 목표와 비전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 사령관은 해병대 내에서 손꼽히는 ‘다독·열독’ 지휘관이다. 그는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독서하고, 장병들에게 책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병영생활은 사회와 달리 큰 즐거움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될 수 있으며, 책이 꿈과 희망을 이루는 디딤돌이라는 게 전 사령관의 생각이다.
“독서는 꿈과 희망을 충족시켜 주는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며, 직접 해볼 수 없는 세계를 간접 경험하게 해줍니다. 성공한 유명인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해병대원들이 신체적 강함뿐만 아니라 세상을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랍니다.”
병영 악습 척결 ‘참해병 혁신운동’ 전개
전 사령관은 육군 장교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군인의 길을 선택했고, 스스로 군인 체질이라고 말한다.
‘UDT/SEAL 전설’로 불리는 고(故) 한주호 준위에게 교육받는 등 다양한 특수전 교육을 이수했지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는 평가다. 이런 데에는 평소 정신세계사에 관심을 기울인 것도 한몫했다.
전 사령관은 현재 ‘참해병 혁신운동’을 전개 중이다. 참해병은 충성·명예·도전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천하고, 조직문화 혁신에 앞장서는 해병을 의미한다. 의식개혁을 통해 일부 남아있는 병영 악습을 척결함으로써 새로운 해병대 문화를 만들자는 게 취지다.
전 사령관은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해병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참해병 혁신운동은 개인은 싸우면 이기는 강한 해병, 조직에 충성하는 해병, 꿈과 희망이 있는 해병으로 거듭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은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병영문화를 혁신하며, 부대관리를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우리 해병대는 국가와 국민의 신뢰 속에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한 성원에 부응하는 길은 적의 도발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작전대비태세를 완비하고, 적이 도발하면 무자비하게 응징해 승전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군 생활이 인생의 정체기가 아니라 목표를 정해 앞으로 나아가는 기간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동기부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