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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대 캠퍼스 안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울대해병전우회원들이 ‘젊은이들이 해병대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수(31)·하승창(30)·이도호(29)씨.

 

4.5대1. 이달의 해병대 지원 경쟁률이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 2명이 전사한 상황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해병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서울대 졸업생·재학생들의 모임인 서울대해병전우회 회원들을 만나 그 원인을 추적해봤다.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 제게 해병대는 오지 탐험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성수(31·2000년 입대)씨. 그의 대학 선후배와 친구들은 카투사나 방위산업체 근무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씨는 다른 선택을 했다.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이걸 해내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씨는 가정 형편 등의 문제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할 뻔했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장학금 문제 등을 해결했다. 이씨는 “지금도 ‘해병대도 마쳤는데 무엇을 못 하겠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해병대 지원 붐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서울대생도 회사 들어가기 어려운 취업경쟁 시대가 젊은이들을 해병대로 모이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해병대를 통해 몸과 마음이 강인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 밑바탕엔 성취감이 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대할 때 서로 헹가래를 쳐주는 의식이에요. 그 순간 ‘해냈구나’ 하는 짜릿함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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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입대했던 이도호(29·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서울대생은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했다. 그는 “해병대 출신의 대학 선배가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연평도 공격에서 보듯 해병대에 가면 죽을 수도 있다. 단지 도전정신과 강인함 때문에 지원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씨는 교사인 부모를 따라 초등학생 시절 4년여를 연평도에서 보냈다. 당시 해병들이 나라를 지키는 멋진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나라 지키는 역할을 내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회장 하승창(30·동양사학과 졸업·2001년 입대)씨는 “도전정신은 해병대 캠프나 아웃도어 동아리로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소수이면서 동시에 정예된 그룹에 속했다는 자부심은 해병대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고 했다.

 하씨 등 회원들은 “최근 2~3년 사이 해병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거칠기만 한 남성이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해병대 출신이란 점을 대견해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들이 전사한 뒤 해병대 출신을 ‘작은 영웅’으로 보고, 그 경험을 ‘신화’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신화와 영웅에 목마른 젊은이들의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88만원 세대로서의 특징과, 도전하길 즐기는 쾌속세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두 특성이 만나는 지점이 해병대”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남성성과 강인함이 사회 진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돼 해병대 지원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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