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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002205_0.jpg < 문갑식 스포츠부장> 스포츠(Sports)라는 말은 라틴어가 어원(語源)이라고 한다. '물건을 운반한다'는 뜻인데 프랑스어와 영어에선 '엄하고 가혹한 작업이나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기분 전환을 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힘껏 몸을 써 땀 흘리면 기분이 바뀌지만 감동의 드라마가 없다면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 기사 데스크를 맡으며 승패(勝敗)를 초월한 인간의 이야기를 충실히 전하고자 했다. 그렇게 182일을 지내며 딱 두 번 화가 난 적이 있다. 처음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전 임달식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이 한 말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지금이라도 대표팀 사퇴하고 싶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프로팀들은 선수를 내주지 않으려 했다. 훈련도 하지 못했다. 멤버 모두가 모인 게 대회가 열리기 11일 전이었으니 임감독이 화가 치밀지 않았으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대표팀 때려치우고 싶다"고 공언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은 경박한 언사가 된 것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은, 그래서 그 징표로 태극마크를 다는 사람들은 질 때도 당당해야 한다. 역경이 있어도 회피하지 말고 떳떳해야 한다. 그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나설 첫 번째 자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감동을 주는 게 스포츠다.

그런데 이번엔 스물세 살 먹은 축구선수가 아시안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에서 감독이 경기 중에 자기를 교체했다는 이유로 "진짜 할 맛 안 난다"고 했다. 그 말이 문제가 되자 언론에 화풀이를 했다.

이런 철부지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어야 할 대한축구협회장은 "진심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한 술 더 뜬다. 그도 태극마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옻칠의 명인(名人)' 전용복씨를 만났다. 후배가 2년 전 지면에 소개한 인연으로 가끔 만나는 사이였다. 오랜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그는 "조국으로 돌아오니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4월 6일부터 14일 동안 중국 국무원 초청으로 베이징미술관에서 한국인으론 처음 개인전을 하고, 이화여대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옻칠을 가르치는데 일본에서 일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즐겁고 보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잔이 몇 차례 돌자 그가 "진짜 자랑할 건 다름이 아니고 말이야…"라고 하더니 갑자기 웃통을 훌렁 벗었다. 그리곤 팔뚝을 내미는 것이었다. 육십 남자의 팔뚝엔 ROKMC, 즉 대한민국 해병대(海兵隊)의 약자(略字)가 박혀 있었다.

"내 아들 말이야,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얼마 전 한국에 왔어요. 그리곤 그러는 거야. 군대 갈 거면 해병대에 가겠다고. 북한연평도 포격하는 걸 보고 그렇게 화가 났대. 연평도 가서 혼내주겠다는 거야." 해병 263기 전용복이 옷을 벗어젖히는 순간 칙칙하던 기분이 다 날아가 버렸다. <조선닷컴 태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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