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2024.03.06]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색’은 해병대기(旗)에도 활용된다. 육군기의 흰·청색 배경이 백의민족과 민족의 자유·평화를, 해군기의 진남색이 삼면의 바다를, 공군기의 청색이 창공을 뜻한다면 해병대기의 강렬한 붉은색은 대한민국 해병대만의 ‘정열과 패기’를 표현한다. 가슴에 붙인 ‘빨간 명찰’이 그렇듯 해병대원에게 붉은 해병대기는 특별한 존재다. 해병대기에는 해병의 자긍심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원준 기자/사진=해병대 제공
▲ 해병대 기
해병대기
붉은 배경색에 리본·독수리·별·닻… 해병대 기상·사명 담아
해병대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정체성의 표상인 해병대기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 해병대 역사를 알아보자.
해병대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과 여순사건 전훈에 따라 상륙작전을 수행할 부대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1949년 4월 15일 창설됐다. 당시 해군에서 편입한 장교 26명과 부사관 54명, 병 300명은 신현준 초대 사령관의 지휘 아래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해병대의 굳건한 초석을 다졌다.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는 곧바로 전장에 투입돼 승전고를 울렸다. 1950년 7월 장항·군산·이리지구전투에 투입돼 북한의 남진을 지연했고, 8월엔 진동리지구전투에서 승리하며 낙동강 방어선 구축에 이바지했다. 최초의 국군 단독 상륙작전인 통영상륙작전, 불리한 전황을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및 서울탈환작전은 해병대 위상을 떨친 대표적인 작전이다.
해병대기는 이렇게 6·25전쟁에서 해병대가 거둔 눈부신 전과(戰果)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해병대기에 있는 해병대 심벌마크는 전쟁시기 만들어졌다. 1951년 4월 해병학교(해병대교육훈련단 전신)에서 해병대 최초의 마크를 제작했다.
해병대기의 심벌마크를 자세히 보자. 크게 리본, 독수리, 별, 닻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상단 리본에 있는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는 해병대 상징 표어다. 여기엔 ‘내 한목숨, 해병대와 조국에 바친다’는 거룩한 의미가 담겨 있다. 독수리는 충성·용맹·승리의 상징으로 ‘민족과 조국의 수호신이면서 전장에서 승리의 불사신이기를 갈망하는 해병대 기상’을 뜻한다. 그 아래 별은 조국과 민족의 생존을 위한 국방의무의 상징이다. 높은 곳에서 고고히 빛나는 별처럼 조국과 민족을 지키는 해병대의 신성한 사명을 나타낸다. 마지막 기울어져 있는 닻은 해병대 고유 임무인 상륙작전 개시를 의미한다.
해병대기는 모든 해병대 부대에서 해병대기를 활용한다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해병대에는 부대기가 따로 있지 않다. 군기령에 따르면 육군의 여단·연대급(독립대대급 부대를 포함) 이상의 부대, 해군의 전대급 이상의 부대, 공군의 전대급(전투비행대대급 부대를 포함) 이상의 부대 및 국방부 직할부대는 부대기를 가질 수 있는데, 해병대에는 사단급 부대도 별도 부대기가 없다. 부대기 종류에 해병대 각급 부대를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신 해병대기 하단 리본에 부대명을 기재하는 형태로 활용한다. 가령 ‘해병대’ 글자 자리에 ‘해병대1사단’ ‘해병대6여단’ 등 부대명을 넣는 방식이다.
해병대1·2사단 부대 마크
황색은 해병대의 땀과 인내
청룡의 질주 숫자 2로 표현
해병대 각급 부대에 부대기는 없지만, 타 군보다 강렬한 부대 마크가 있다. 한반도를 품은 해병대1사단 부대 마크, 청룡이 용솟음하는 해병대2사단 부대 마크가 대표적이다.
부대 마크는 각 사단과 그 예하 부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먼저 ‘황룡부대’ 해병대1사단 부대 마크를 보면 황색 한반도와 숫자 1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황색은 해병대의 땀과 인내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1은 해병대1사단을 가리킨다. 한반도를 품고 있는 원은 ‘조국 수호’를 상징한다. 전체적으로 ‘한반도 어느 곳에서나 조국을 수호한다’는 해병대1사단 구성원의 굳은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청룡부대’ 해병대2사단 부대 마크에는 청룡이 담겨 있다. 용은 승리를 상징하는 수호신이다. 청룡을 자세히 보면 숫자 2 모양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청룡을 품고 있는 청색 배경은 해병대 터전인 바다를 상징한다. 해병을 붉은 글씨로 쓴 이유는 피와 정열로 국가를 수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