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해병대 지원자가 늘어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개인의 미래만 걱정 하고 안보의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위기의 순간이 닥쳐오니 그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은 실로 놀랍더군요. 이 젊은이들의 깊은 애국심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한 이후 우리 해병대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2010년에 전우를 잃은 아픈 기억을 묻어두고 새로운 각오로 조국을 지키고 있는 해병대원들을 만나기 위해 영하의 날씨를 뚫고 최전방으로 향했습니다.
 

얼어붙은 이 한강 너머가 바로 북한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서 차로 30분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소초인데요.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위치한 이곳은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이 조용하고 한적했지만 겨울철의 싸늘한 공기만큼이나 긴장감이 녹아있더군요. 해병대 청룡부대의 이 소초는 한강 하류를 마주하고 남북이 대치 중인 지역이었습니다. 정말로 저희가 이곳 소초에 올랐을 때는 남과 북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더군요. 남과 북을 사이에 두고 얼어붙은 저 강이 마치 오늘날 남북관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습니다.


이곳 소초는 여느 GOP소초보다 한껏 긴장이 고조된 지역인데요. 여기서 근무 중인 오도관 일병의 말에 따르면 "북한군이 포사격 연습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해 민간인인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오 일병은 "처음 포격소리를 들었을 때는 좀 놀랐지만 지금은 익숙하다"며 "그러나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듬직한 해병대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취재를 하기 위해 초소에 올라가 옆에 있던 온도계를 봤는데 영하 7도더군요. 마치 영하 15도는 되는 듯 했는데 말이죠. 역시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정설 중 하나가 "같은 온도라도 군대에 있으면 더 춥다"는 말인가 봅니다. 정말 엄청 추웠지만 해병대원들은 매서운 눈빛으로 북을 감시하고 있더군요.

 

 

 

취사병 김태홍 일병은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책임이 막중한 병사다. 그는 혼자서 32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한편 소초 내에서는 점심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는데요. 취사병을 담당하는 김태홍 일병은 혼자서 32명 소대원의 식사를 준비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김 일병은 "많은 장병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요리를 많이 배운 덕에 전역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김 일병은 사회에서 요리를 전혀 못하는 공대생이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계란요리가 전부였겠죠. 역시 군대에서는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지금은 야간근무 후 낮잠 중인 장병들이 아직 일어나기 전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단련실에서는 격한 운동소리가 들리더군요. 김민찬 병장을 비롯한 몇몇 대원들이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고참들은 대부분 전역 후 건강관리를 위해 자는 시간을 쪼개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요. 역시 해병대는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하더군요. 해병대 아무나 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부대 복도를 거닐다 재밌는 사진을 발견했는데요. 장병들의 금연 권장을 위해 기꺼이 금연홍보대사로 나선 연예사병 붐(이민호)입니다. 이렇게 다시 보니 참 반갑더군요.

 

 


그래요, 군인이라면 관물대에 여자사진은 필수입니다. 지갑안에 고이 모셔둔 부모님 사진과 함께 관물대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여자친구 사진이 장식을 해야 하는거죠. 한 대원의 관물대에는 애프터스쿨 리지와 Miss A의 페이, 카라가 모여앉아 "군인오빠 힘내요"라며 그의 하루에 활력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해병대원들의 일상을 취재하는 것 외에도 대원들의 새해소망과 가족·연인들에게 전하는 영상편지를 담아 왔는데요. 입대한지 5개월 된 성관식 이병은 부모님께 새해인사를 전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자 강인한 해병대원의 뜨거운 눈물을 보니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뭉클해지더군요.

 

 

그러나 바로 다음 여자친구에게 새해인사를 전할때는 귀여운 20살 젊은이로 변해있었습니다. 최근 고된 훈련과 근무 탓에 여자친구와 연락이 뜸해져 걱정하고 있던데... 성 이병의 여자친구인 '다솜'양께서는 이 친구가 최근까지 비상대기가 길어져서(저희가 취재간 1월 10일은 전군에 발령된 진돗개 하나가 해제된 날이었습니다) 연락을 많이 못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비군 7년차 아저씨로써 한마디 하자면 군인 남자친구를 둔 여성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것은 병력의 전투능력을 약화시켜 군 전력에 손실을 가져오게 되며, 이는 결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간접적으로는 군인의 여자친구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3년 유학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한 양강혁 이병은 자진해서 영상편지를 남기게 됐는데요. 긴 미국 유학생활과 군입대 기간 등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세월이 너무 긴 탓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유난히 더 애틋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에 차렷 자세를 한 몸은 떨고 있고 말은 빨라져 저희와 함께 한 정훈담당관으로부터 "너는 그냥 전화로 인사드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
 
                                 "이봐...너무 실망하지마...형들이 어떻게든 자네의 영상 살려볼게..."

 

 

 


이날 대원들의 점심식사는 잡채밥과 어묵탕이더군요. 과거 군복무 시절을 떠올려보면 '짬밥'이 그리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짬밥에서 천상의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걸 먹다보면 전역 날이 다가온다"는 심정으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사실 고된 훈련 뒤에 먹는 짬밥은 뭘 해놔도 꿀맛이긴 해요.

 


이분이 이곳 소초를 책임지고 있는 박부영 소위입니다. 당최 해병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인자한 외모를 자랑했는데요. 그만큼 강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소대원들에게 아버지이자 형이자 선배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주 든든한 소대장이었어요.

 

 


소대원들이 함께 나와 국민들에게 전하는 영상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요. 비록 전 소대원이 함께하진 못했지만 늠름한 모습으로 "해병대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참 멋지더군요.

 

 

여기 근무 중인 해병대원들에게 "어떻게 해병대에 오게 됐나?"라고 물으면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오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해병대의 늠름하고 강인한 모습은 사나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피기 충분했는데요. 그러나 해병대가 결코 가고 싶다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대한의 젊은이만이 갈 수 있는 곳인데요. 그만큼 이곳의 젊은이들은 누구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 그리고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국군의 정예요원입니다. 이들에게 최전방을 맡겼다는 것이 매우 안심이 되더군요.

독자 여러분들도 해병대원들을 두고 "마초적이다", "투박하다"는 편견은 접어두시고, 누구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젊은이들이니 더욱더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면 일등 남친감이죠.

경기도블로그 글·사진 여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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