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雪(강설)
柳宗元(유종원)(773~81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리는 강
온 산에 새들도 자취를 감추고
길에는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데
외로운 조각배에 도롱이 삿갓 쓴 노인
눈보라 치는 강 위에서 홀로 낚시하네
보통 추운 날씨가 아니다. 더구나 눈보라까지 매섭게 몰아친다. 한적한 강촌마을에 한파가 몰아 닥치니 사람들은 집안에서 꼼짝 안하고 새들마저 둥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시의 전반부는 신비감이 돌 정도로 적막하다. 이처럼 외진 곳에 거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노인은 무슨 절박한 이유가 있기에 고기잡이에 나섰을까? 양식이 떨어져 굶다 못해 나섰나, 따뜻한 집안에서 무료하게 있자니 부질없는 걱정근심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려 나왔을까. 이런 질문들은 무미건조하다. 눈을 감고 한 폭의 동양화를 머리 속에 떠올려 보시라.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낯 익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 시는 그림과 서로 통한다.
江雪(강설) ; 강가에 쌓인 눈이 아니라 눈 내리는 강이다. (도롱이와 삿갓을 썼으니)
蹤(종) ; 흔적, 자취, 蹤跡(종적)
蓑笠(사립) ; 도롱이 사, 삿갓 립
釣(조) ; 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