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酒(대주) / 백거이(白居易 772~846, 당나라 시인)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달팽이 뿔 끼리 싸움은 웬 일인가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부싯돌 번쩍이는 찰라 같은 인생인데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부자건 가난하건 그런 대로 즐겁거늘
不開口笑是痴人(불개구소시치인)
입 벌려 못 웃는 자 이 또한 바보일세
白樂天이 장안에서 형부시랑 벼슬할 때 지은 對酒라는 제목의 다섯 수의 시 중 하나로 莊子에 나오는 달팽이 우화와 도척과 孔子의 일화를 빌려 지었다. 어차피 짧은 인생인데 대범하고 낙천적으로 살라고 권한다. 마음 맞는 친구와 술잔을 마주할 때 권주가로 읊조리기에 어울리는 시이긴 하지만 이 시 속에 담긴 뜻은 매우 심오하다.
쪻蝸牛(와우):달팽이. 蝸牛之爭(와우지쟁) 또는 蝸角之爭(와각지쟁):莊子(장자) 則陽篇(칙양편)에 나오는 우화. 가까운 사람끼리 사소한 일로 싸우지 말라는 뜻. 쪻石火光中(석화광중):부싯돌에서 나는 불빛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 쪻不開口笑(불개구소):莊子(장자) 盜拓篇(도척편)에 나오는 開口而笑者一月中四五日(개구이소자일월중사오일):웃으며 사는 날은 한 달에 불과 4~5일에 불과하다. 인생은 짧고 우환이 많은 것이니 가급적이면 즐겁게 웃으며 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