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臺(동대)
石北 申光洙(석북 신광수 1712~1775)
東臺月出對丁生(동대월출대정생)
달 떠오른 동대에서 자네와 마주 앉았으니
雪後空江更覺明(설후공강갱각명)
눈 그친 빈 강이 더욱 환해지네
正憶去年今夜客(정억거년금야객)
작년 일이 생각나오 바로 오늘같은 밤
黃昏獨上海州城(황혼독상해주성)
해 저물녘 해주성에 나 홀로 올랐었지
지난 주 소개한 시에 나온 소를 타고 늦게 온 친구가 정생이다. 눈을 헤치고 동대에 올라가 즉석에서 지은 시다. 이렇게 시를 주고받는 게 옛 사람 들의 풍류였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그대와 마주 앉았다고 서두를 꺼낸 뒤, 아무도 없는 강가에 쌓인 눈 위로 달빛이 비치어 더욱 환하다고 주변 경치를 묘사했다. 그리고 후반 두 구절에서 1 년 전을 회상한다. 벼슬 없던 白手 시절, 친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해주성에 홀로 올랐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 이 자리가 작년에 비해 그지없이 행복하다는 표현이다.
*丁生:丁範祖라는 작자의 친구, 관직이 없고 가까운 사이라 姓氏 뒤에 生을 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