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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鷺(백로) 李亮淵(이양연)

 

蓑衣混草色(사의혼초색)

白鷺下溪止(백로하계지)

或恐驚飛去(혹공경비거)

欲起還不起(욕기환불기)

 

풀잎 색깔 섞인 도롱이

백로가 냇가에 내려 앉네

혹여 놀라 날아갈까 두려워

일어나고 싶지만 주저앉았네

 

비오는 날, 풀잎 엮어 만든 새 도롱이를 쓰고서 냇가에 나가 물꼬를 잡고 있자니 백로 한 마리가 날아와 옆에 내려 앉는다. 사람이 아니고 그저 풀 한 포기로 생각했나 보다. 사람과 풀이 하나가 되었다. 일하다 말고 백로를 쳐다본다. 몸을 움직이면 백로가 놀랄까 걱정되어, 일어나고 싶어도 꼼짝 못하고 가만이 앉아 있다. 백로를 배려하는 이 농부의 마음씨라면 이웃에게는 어떨지 말 안 해도 뻔하겠다. 한갓 미물일지라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 자연과 인간의 합일,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포근한 시다.

 

蓑衣(사의) ; 도롱이. 풀잎이나 짚으로 엮어 비를 가리는 옷.

還(환) ; 돌아오다. 도로 가다. 여기서는 다시, 도리어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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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6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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