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68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夏日卽事(하일즉사) - 李奎報(이규보, 1168~1241)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홑적삼으로 대자리 시원한 마루에 누웠더니

 

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

두세 번 꾀꼬리 울어울어 단꿈을 깨운다

 

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무성한 잎에 가려진 꽃은 봄이 갔어도 피어 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

옅은 구름 뚫는 햇살은 빗속에서도 밝다

 

여름 날 오후, 바람이 잘 통하는 대청마루 바닥에 조그만 대자리를 깔고 모시 홑적삼 바람으로 누워 낮잠을 즐긴다. 얼마나 적적한 곳이었으면 꾀꼬리 두세 번 우는 소리에 낮잠을 깼을까. 이 시의 전반부는 초야에 묻혀 사는 한가로운 삶을 묘사했다. 그러나 이 시인은 단순히 한가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진 응달 속에서 늦게 핀 꽃으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구름 낀 하늘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지만 햇살이 구름을 뚫고 밝게 비치듯이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조 후기, 문인 申緯(신위)는 후반 두 구절을 密葉翳花雲漏日(밀엽예화운루일)로 압축하여 차용하기도 했다. *簟(점 ) ; 대자리 *欞(령) ; 난간, 완자 창살 * 三兩聲(삼량성) ; 석 三, 두 兩, 소리聲, 즉 두세 마디소리 *翳(예) ; 깃으로 만든 양산, 가리다, 숨다.

 

한시연구가 이은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64262
32 지월 - 소요당 태능 배나온슈퍼맨 2011.09.06 2557
31 答朱元晦(답주원회) - 호헌 배나온슈퍼맨 2011.08.01 2898
30 無語別(무어별) - 임제 배나온슈퍼맨 2011.08.01 4293
» 夏日卽事(하일즉사) -이규보 배나온슈퍼맨 2011.08.01 4684
28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 다산 정약용 운영자 2011.06.30 3570
27 白鷺(백로) - 李亮淵(이양연) 운영자 2011.06.30 3528
26 新沙(신사) - 陸龜夢(육구몽) 운영자 2011.06.30 2659
25 冬夜(동야 - 황경인 운영자 2011.06.10 1847
24 訪金居士野居(방김거사야거) - 정도전 운영자 2011.06.10 4254
23 配所輓妻裳(배소만처상) - 추사 김정희 운영자 2011.06.10 4675
22 東臺(동대) - 석북 신광수 운영자 2011.05.13 2866
21 騎牛暮至(기우모지) - 석북 신광수 운영자 2011.05.13 2510
20 山中雪夜(산중설야) - 李齊賢(이제현) 운영자 2011.04.28 3310
19 冬夜(동야) - 黃景仁(황경인) 운영자 2011.04.28 3576
18 悟道頌(오도송) - 만해 한용운 운영자 2011.04.28 4619
17 相思夢(상사몽) - 黃眞伊(황진이) 운영자 2011.04.19 4510
16 秋夜雨中(추야우중) - 고운 최치원 운영자 2011.04.19 3860
15 산사야음 - 송강 정철 운영자 2011.04.07 4558
14 배소만처상 - 김정희 운영자 2011.04.07 4348
13 對酒(대주)- 백거이 운영자 2011.04.06 450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