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68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夏日卽事(하일즉사) - 李奎報(이규보, 1168~1241)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홑적삼으로 대자리 시원한 마루에 누웠더니

 

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

두세 번 꾀꼬리 울어울어 단꿈을 깨운다

 

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무성한 잎에 가려진 꽃은 봄이 갔어도 피어 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

옅은 구름 뚫는 햇살은 빗속에서도 밝다

 

여름 날 오후, 바람이 잘 통하는 대청마루 바닥에 조그만 대자리를 깔고 모시 홑적삼 바람으로 누워 낮잠을 즐긴다. 얼마나 적적한 곳이었으면 꾀꼬리 두세 번 우는 소리에 낮잠을 깼을까. 이 시의 전반부는 초야에 묻혀 사는 한가로운 삶을 묘사했다. 그러나 이 시인은 단순히 한가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진 응달 속에서 늦게 핀 꽃으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구름 낀 하늘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지만 햇살이 구름을 뚫고 밝게 비치듯이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조 후기, 문인 申緯(신위)는 후반 두 구절을 密葉翳花雲漏日(밀엽예화운루일)로 압축하여 차용하기도 했다. *簟(점 ) ; 대자리 *欞(령) ; 난간, 완자 창살 * 三兩聲(삼량성) ; 석 三, 두 兩, 소리聲, 즉 두세 마디소리 *翳(예) ; 깃으로 만든 양산, 가리다, 숨다.

 

한시연구가 이은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64531
72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운영자 2013.01.03 54464
71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운영자 2013.02.07 55955
70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 다산 정약용 운영자 2011.06.30 3571
69 樂道吟(낙도음)도 닦는 즐거움 - 이자현 배나온슈퍼맨 2012.11.12 7466
68 칠석 - 김정희 배나온슈퍼맨 2012.11.12 6957
67 지월 - 소요당 태능 배나온슈퍼맨 2011.09.06 2558
66 종족(대나무를 심었더니) - 박지화 배나온슈퍼맨 2012.11.12 53870
65 산사야음 - 송강 정철 운영자 2011.04.07 4560
64 배소만처상 - 김정희 운영자 2011.04.07 4348
63 곡강 2 - 두보 배나온슈퍼맨 2011.09.06 4061
62 곡강 1 - 두보 배나온슈퍼맨 2011.09.06 5197
61 고열 - 백거이 배나온슈퍼맨 2011.09.06 2648
60 강설 (江雪) 운영자 2011.02.21 3053
59 간화(꽃을 보며) - 이색 배나온슈퍼맨 2012.11.12 54322
58 간음야점 (艱飮野店) 운영자 2011.02.21 3164
57 騎牛暮至(기우모지) - 석북 신광수 운영자 2011.05.13 2516
56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달밤에 매화를 읊다 = 이황 운영자 2013.03.17 58716
55 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운영자 2013.01.03 54376
54 閑山島(한산도) - 이순신 배나온슈퍼맨 2011.10.12 3371
53 銷夏詩 (소하시) - 원매 운영자 2011.03.16 270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