指月(지월)
逍遙堂 太能(소요당 태능, 1562~1649)
百千經券如標指(백천경권여표지)
수만 권의 경전은 손가락질 같아서
因指當觀月在天(인지당관월재천)
손가락 따라서 하늘에 있는 달을 보지만
月落指忘無一事(월락지망무일사)
달이 지고 손가락 또한 잊어도 아무 일 없으니
飢來喫飯困來眠(기래끽반곤래면)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게나
달은 진리 또는 본질이요, 손가락은 경전 또는 수행법을 의미한다. 손가락을 따라서 달을 본다는 말은 모든 경전을 연구하고 용맹정진으로 수행해서 진리를 터득하고 득도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온갖 경전에 쓰인 교리는 그저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는 수단일 뿐이라는 말도 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보면 뭐하나? 수단이나 도구에 집착하지 말고 목적이나 본질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 스님은 손가락이건 달이건 경전이건 진리이건 모두 다 헛된 것이라 말한다. 깨달음이란 생각과 분별, 욕심과 집착 모두를 버리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듯 자연스러운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標指(표지) ; 손가락으로 표하다 *因(인) ; ~ 때문에 *當(당) ; 마땅히, 당연히 *喫(끽) ; 먹다, 마시다, 즐기다 *困(곤) : 노곤하다, 지치다. 한시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