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고열)
白居易(백거이, 772~846)
人人避暑走如狂(인인피서주여광)
사람들은 미친 듯 피서를 떠나지만
獨有禪師不房出(독유선사불방출)
스님만은 방 속에 처박혀 나오지 않네
可是禪房無熱到(가시선방무열도)
선방에는 더위도 얼씬거리지 못할까
但能心靜卽身冷(단능심정즉신냉)
마음이 고요하니 몸도 시원할 테지
지금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당시에도 避暑(피서)철이 있었나 보다. ‘미친 듯이 떠난다(走如狂)’는 표현은 마치 현재 우리나라의 요란스러운 여름휴가 피서 여행 風俗(풍속)을 나타낸 것 같다. 모두가 산으로 물가로 몰려가 시끌벅적 어울려 노는 한여름 이 더위에 오직 한 사람 參禪(참선)에 몰입한 스님만은 꿈적도 않고 하루 종일 방에서 杜門不出(두문불출)한다. 禪房(선방) 안으로는 더위조차 犯接(범접)하기 어려워서 일까. 무심한 더위가 高僧(고승)을 알아볼 수 있겠는가. 스님의 마음이 고요하니 그의 몸 또한 시원할 뿐이겠지. 우리들 역시 고승은 아니지만 이만한 더위쯤이야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을까? *禪房(선방) ; 참선을 수행하는 방 *但(단) ; 다만 *能(능) ; ~를 할 수 있다. 한시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