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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女吟(빈여음)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1563~1589)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쇠로 된 가위를 손에 잡으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밤중 추위에 열 손가락이 곱는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을 위해 시집 갈 옷을 지어 주지만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해가 거듭 바뀌어도 독수공방이라네

 

 

삯 바느질은 예로부터 주로 가난한 과부들의 호구지책이었다. 낮에는 밥 짓고 빨래하랴 밭 메고 길쌈도 하랴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바느질은 결국 밤에 해야만 했다. 말미를 길게 주지 않아 받아 놓은 날이 짧으니 밤을 세우기가 일수다. 추운 겨울, 차가운 방, 호롱불 아래에서 찬 기운에 얼어 곱은 손을 주무르고, 졸린 눈을 비비며 시집가는 새색시의 옷을 지을 때, 옛정은 또 얼마나 그리웠을까. 쏟아지는 졸음과 주체할 수 없는 정염을 쫓기 위해 바늘로 자기 허벅지를 찔러 가며, 고단한 삶을 이어 갔던 조선의 가난한 여인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허 난설헌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剪刀(전도):가위와 칼, 흔히 가위를 나타냄 *():시집가다, 시집보내다.

한시연구가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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