偶吟(우음)
梁彭孫(양팽손, 1480~1545)
不識騎牛好(불식기우호)
소 타기가 좋은 줄 아직까지 몰랐는데
今因無馬知(금인무마지)
말이 없고 나니 이제야 알겠구나
夕陽芳草路(석양방초로)
석양이 비낀 향그러운 풀밭 길을
春日其遲遲(춘일기지지)
봄날의 해도 함께 더디 더디 가고 있네
“말이 없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소를 타는 것도 좋더구만. 해 저문 석양 무렵에 향그러운 풀밭 길을 소를 타고 천천히 가노라니 봄날이라 해도 길더구만. 급한 일도 없는데 빨리 가면 뭐하나. 여보게 친구야 우리 느리게 살자꾸나.”
요즘 세상 버전으로 바꿔 풀어 보자. “자가용이 없고 나서야 비로소 버스나 전철을 타는 것도 좋다는 걸 알았소.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살고 있나요? 마음을 비우면 여유가 생긴다오. 느림의 미학을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그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유유자적하는 여유를 가지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偶吟(우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을 시로 읊음 *遲(지) 더디다 느리다 뒤지다. / 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