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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李達(이달, 1539~1612)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
학 한 마리가 먼 하늘을 올려본다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
밤이 차가워 한 다리를 들었나보다
西風苦竹叢(서풍고죽총)
찬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가니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
가을 이슬이 온 몸에 가득 방울진다

고고한 자태를 가진 학 한 마리,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지 못하는 그림 속의 학이다. 이 시인의 처지와 딱 그대로다. 학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보며 하늘 저편의 더 나은 세상을 그려볼 뿐이다. 현실은 어디를 봐도 차가운 밤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온몸이 시려온다. 다리 한 쪽을 말아 올린 것은 몸과 마음이 모두 추워서일 것이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간다. 바람에 댓잎이 몸서리를 친다. 홀로 서있는 하얀 학의 깃털마냥 모든 댓잎들이 떨며 차가운 이슬을 방울방울 흩날린다. 이 시인의 마음속에 있는 고독과 몸을 휘감고 있는 현실의 고달픔을 누가 알아줄까. 문득 진저리치듯 찬 기운을 털어내며 시인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본다. 가을밤에 온몸으로 찬이슬을 맞으면서. *遙空(요공) ; 멀고 아득한 하늘.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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