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李達(이달, 1539~1612)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
학 한 마리가 먼 하늘을 올려본다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
밤이 차가워 한 다리를 들었나보다
西風苦竹叢(서풍고죽총)
찬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가니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
가을 이슬이 온 몸에 가득 방울진다
고고한 자태를 가진 학 한 마리,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지 못하는 그림 속의 학이다. 이 시인의 처지와 딱 그대로다. 학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보며 하늘 저편의 더 나은 세상을 그려볼 뿐이다. 현실은 어디를 봐도 차가운 밤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온몸이 시려온다. 다리 한 쪽을 말아 올린 것은 몸과 마음이 모두 추워서일 것이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간다. 바람에 댓잎이 몸서리를 친다. 홀로 서있는 하얀 학의 깃털마냥 모든 댓잎들이 떨며 차가운 이슬을 방울방울 흩날린다. 이 시인의 마음속에 있는 고독과 몸을 휘감고 있는 현실의 고달픔을 누가 알아줄까. 문득 진저리치듯 찬 기운을 털어내며 시인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본다. 가을밤에 온몸으로 찬이슬을 맞으면서. *遙空(요공) ; 멀고 아득한 하늘.
<한시연구가>
2012.11.11 17:42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 이달
조회 수 1648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 운영자 | 2011.02.20 | 64526 |
32 | 偶吟(우음) - 양팽손 | 배나온슈퍼맨 | 2012.08.25 | 2084 |
» |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 이달 | 운영자 | 2012.11.11 | 1648 |
30 | 甘露寺(감로사) - 김부식 | 운영자 | 2012.11.11 | 6979 |
29 | 入宋船上(입송선상) 송나라 가는 배에서 - 최사제 | 운영자 | 2012.11.11 | 6595 |
28 | 農夫(농부) - 차좌일 | 운영자 | 2012.11.11 | 6671 |
27 | 秋思(추사) 가을날 님 그리워 - 매창 | 운영자 | 2012.11.11 | 7074 |
26 | 擣衣詞(도의사), 다듬이질 - 김삼의당 | 운영자 | 2012.11.11 | 6790 |
25 | 憤怨(분원)분하고 원통하니 - 거인 | 운영자 | 2012.11.11 | 6713 |
24 | 杯山(배산) 술잔 같은 산 - 전겸익 | 운영자 | 2012.11.11 | 6746 |
23 | 樂道吟(낙도음)도 닦는 즐거움 - 이자현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7466 |
22 | (도자)기와장이 - 매요신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7067 |
21 | 칠석 - 김정희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6957 |
20 | 종족(대나무를 심었더니) - 박지화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53866 |
19 | 간화(꽃을 보며) - 이색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54318 |
18 | 途中避雨有感도중피우유감길 - 가다 비를 피하며 | 배나온슈퍼맨 | 2012.11.13 | 54629 |
17 | 山響齋(산향재) - 강세황 | 배나온슈퍼맨 | 2012.11.13 | 54163 |
16 | 笑又笑(소우소)웃고 또 웃고 - 유의손 | 배나온슈퍼맨 | 2012.11.13 | 54499 |
15 | 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 운영자 | 2013.01.03 | 54372 |
14 |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 운영자 | 2013.01.03 | 54459 |
13 | 過古戰場(과고전장) 옛 전장을 지나며 - 서산대사 | 운영자 | 2013.01.03 | 54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