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宋船上(입송선상) 송나라 가는 배에서
崔思齊(최사제, ?~1091)
天地何疆界(천지하강계)
이 세상에 무슨 경계가 있을 손가
山河自異同(산하자이동)
경치야 그저 다른 듯 같은 것이려니
君毋謂宋遠(군무위송원)
그대여 송나라가 멀다고 말하지 마소
廻首一帆風(회수일범풍)
돌아보면 돛폭에 부는 한 바람 거리지
최사제는 고려 문종 때 문인이다. 해동공자로 추앙받는 최충의 손자다. 그가 송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도중 배 위에서 떠오르는 감회를 개경에 있는 친구들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읊었다. 그 당시 고려는 송나라와 대등한 선린관계를 맺고 요나라와 여진족과는 전쟁과 평화를 반복하며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제도시 개경은 멀리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상인들을 태우고 온 배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국제적이었다. “인위적인 국경선은 뭐 별것이더냐? 자연은 어디나 비슷하지. 송나라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네” 이런 진취적 기상이 조선시대에 와서 많이 약해졌다. 사대주의가 밥을 주었는지 몰라도 우리의 ‘넋과 얼’을 빼앗아 갔다. *疆界(강계) ; 강토의 경계 *毋(무) ; ~말라, 아니다.
<한시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