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憤怨(분원)분하고 원통하니
巨仁(거인, 통일신라)
于公痛哭三年旱(우공통곡삼년한)
우공이 통곡하니 삼년 가뭄이 들고
鄒衍含悲五月霜(추연함비오월상)
추연이 애통하니 오월에 서리 내렸다
今我幽愁還似古(금아유수환사고)
지금 나의 억울한 한이 이와 같은데
皇天無語但蒼蒼(황천무오단창창)
어찌하여 무심한 하늘은 푸르기만 한가
우리 역사에서 오직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다. 골품제에 따라 성골출신 만이 왕이 될 수 있는데 성골 남자가 없으면 공주가 왕위를 계승했다. 진성여왕은 행실이 음란하고 사치와 방탕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했다. 이를 비방하는 격문이 나돌았고 여왕은 범인으로 지목된 거인을 잡아 가두었다. 거인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이 시를 지어 감옥의 벽에 쓰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며 우박이 내렸다. 여왕은 두려워 거인을 돌려보냈다.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우공과 추연은 소통이 막힌 상황에서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한이 삼년 가뭄과 한여름 서리로 나타났다.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한이 하늘을 찌른다. 하늘을 두려워한 진성여왕은 못난이였나 보다. *但(단) ; 다만, 부질없이.
<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