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樂道吟(낙도음)도 닦는 즐거움
李資玄(이자현, 1061~1125)
家在碧山岑(가재벽산잠)
내 집은 푸른 산 높은 봉우리에 있는데
從來有寶琴(종래유보금)
대대로 전해오는 좋은 거문고 하나 있지
不妨彈一曲(불방탄일곡)
한 곡조 타는 거야 거리낄 것 없다만
祗是小知音(지시소지음)
내 가락을 알아들을 이 없으니 꺼릴 뿐
깊은 산속 높은 봉우리에 살고 있다니 隱者(은자)이거나 道人임에 틀림없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아주 좋은 거문고를 가지고 있다하니 평범한 백성은 아니다. 전반부에서 푸른 산봉우리(碧山岑)과 좋은 거문고(寶琴)이란 무대장치와 소품을 보여준 이유는 후반부의 悠悠自適(유유자적)과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속세와 단절하거나 세속을 경멸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고독을 즐길 뿐이다. 도를 닦는 즐거움을 아무리 노래해도 온갖 욕심으로 귀가 먼 사람에게는 그 노래가 지루하고 시시한 騷音(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이자현은 고려시대 문인으로 일찍이 관직을 버리고 청평사에 은거했다. *岑(잠) ; 봉우리, 높고 크다 *祗(지) ; 존경하다, 삼가다. <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