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夕(칠석)
金正喜(김정희, 1786~1856)
瓜籬大葉雨聲麤(과리대엽우성추)
울 밑의 큰 호박잎에 빗소리가 요란해서
爭似江南百尺梧(쟁사강남백척오)
강남땅 백 척 넘는 오동과도 다툴 만 해
擂麻作布無他祝(뇌마작포무타축)
삼대 쪼개어 베를 짜니 딴 축복 있으랴만
乞巧盤中有喜蛛(걸교반중유희주)
솜씨를 비는 제단 위에 거미여 내려오소서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은 타고난 핏줄로 갈렸다. 그러나 양반이 모두 선비는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一身揚名), 제 식구들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富貴榮華)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거나 뇌물을 주고받는 못 된 양반들이 태반이었다. 진정한 선비는 직접 노동하지 않았지만 노동의 중요성을 알았고 직접 길쌈을 하지 않아도 부녀자의 베짜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를 알았다. 추사는 어린 시절 강남 오렌지(어린쥐?)족이었다. 잘 사는 집의 똑똑한 아이였다. 관직에서는 강직한 청백리였다. 도합 8년간의 유배생활이 그를 백성들의 고초를 걱정하는 인간미를 지닌 진정한 선비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타고난 재주와 부단한 노력으로 얻은 학식은 별개로 말이다. *麤(추) ; 거칠고 추하다, 크다 *擂(뇌) ; 갈다, 문지르다 *乞巧(걸교) ; 칠석날 직녀에게 길쌈 재주를 비는 제사, 거미가 내려오면 소원이 이뤄진다 *蛛(주) ; 거미<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