種竹(종죽), 대나무를 심었더니
朴枝華(박지화, 1513~1592)
斗屋寬閑日嘯歌(두옥관한일소가)
작은 오두막이 낙낙해 날마다 휘파람인데
連旬溽雨斷經過(연순욕우단경과)
장맛비 열흘에 나그네 발길 끊겼네
自從種得階前竹(자종종득계전죽)
댓돌 앞에 대나무 둘러 심은 뒤로는
午枕寒聲一倍多(오침한성일배다)
낮잠 든 베개 맡에 찬바람 소리 배로 늘었네
비 오는 날 빈대떡을 부쳐 먹으며 쉬는 집은 잘사는 축이다. 임진왜란 직전 조선 백성들의 상황은 하루 한 끼도 감지덕지일 정도였다. 여름 장맛비에 방바닥이건 이부자리건 눅진눅진한데 아무리 고명한 선비라지만 그 누가 찾아올 것인가. 배고픔을 잊으려면 그저 낮잠만 한 게 없다. 재물과 권력에 욕심이 없으니 배고파도 항상 즐겁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비록 단칸 오두막이지만 선비가 사는 집임을 나타내기 위해 대나무를 둘러 심었다. 대나무 잎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시원하다. 대나무 잎은 실제로 탁월한 해열재로 쓰인다. 박지화는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스승의 스승이다. 유불선(儒佛仙)을 아울렀던 분이다. *斗屋(두옥) ; 아주 작인 집 또는 방 (=斗室) *嘯(소) ; 휘파람불다, 읊조리다 *溽(욕) ; 무덥다, 젖다, 습하다 *自(자) ; ~에서부터, <한시연구가 이은영>
2012.11.12 18:26
종족(대나무를 심었더니) - 박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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