笑又笑(소우소)웃고 또 웃고
柳義孫(유의손, 1398~1450)
笑臥亭翁閒臥笑(소와정옹한와소)
소와정 늙은이가 한가로이 누워 웃네
仰天大笑復長笑(앙천대소부장소)
고개 들어 크게 웃고 또 다시 길게 웃네
傍人莫笑主人笑(방인막소주인소)
내가 웃는다고 사람들아 따라 웃지 말라
嚬有爲嚬笑有笑(빈유위빈소유소)
불쾌하면 찡그리고 우스우면 웃는단다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 웃으면 젊어지고 화내면 늙는다. 웃고 살라는 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도 있다. 대인관계에 해당하는 처세훈이다. 웃으면 엔돌핀이 나와 건강에도 좋단다. 그러나 모든 웃음이 긍정적이고 친화적이지만은 아닌 것 같다. ‘웃음에 가난은 없다’란 말도 있지만 가난이 웃음을 앗아가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냥 웃으라고? 그런 웃음은 웃음의 본질인 공포요, 항복이다. 낙관이 아닌 비겁한 포기로서의 웃음은 현실도피다. 이 시의 웃음에는 허무(虛無)와 비판(批判)과 저항(抵抗)이 복잡하게 섞여있다. 세조의 왕위찬탈이 있은 후 유의손은 벼슬을 버리고 칩거하며 교육과 학문에만 전념했다. 웃고 또 웃으며…. *傍人(방인) ; 곁에 있는 사람 *嚬(빈) ; 찌푸리다, 찡그리다 (=). <한시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