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崔塗(최도, 854~?)
迢遞三巴路 羈危萬里身(초체삼파로 기위만리신)
멀고 험한 삼파의 길 만리타향 떠돌이 신세
亂山殘雪夜 孤燭異鄕人(난산잔설야 고촉이향인)
눈 쌓인 깊은 산속 잠 못 든 외로운 나그네
漸與骨肉遠 轉於僮僕親(점여골육원 전어동복친)
혈육은 점차 멀어지고 하인들이 더 가깝구나
那堪止漂泊 明日歲華新(나감지표박 명일세화신)
방랑생활 끝내야겠다 내일이면 새해이러니
양자강 상류 지역인 사천성은 산세가 험한 곳이다. 삼파길은 사천성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번 쌓인 눈은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잔설로 남아있는 추운 곳이다. 가족과 떨어져 이러한 변방에서 벼슬살이를 하는 이 시인은 밤늦도록 잠을 못 이룬다. 설날이 되어도 고향에 갈 수 없는 매인 몸이다 보니 더욱 가족이 그립다. 현재 우리 주변에도 이런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주민 노동자들과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외국에서 온 신부들은 설 명절을 맞아 고향과 가족이 얼마나 그리울까. 그들을 평소에 늘 다정하고 가깝게 대하는 것이 좋겠지만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질 요즘 같은 때만이라도 관심을 더 기울여야겠다. *迢遞(초체) ; 높고 먼 상태가 겹친 모양 *羈危(기위) ; 위험에 메이다, 기는 굴레, 재갈 *那堪(나감) ; 어찌 견디리. <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