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666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韓龍雲(한용운, 1879~1944)

群峰蝟集到窓中(군봉위집도창중)
창 너머엔 뭇 봉우리 번잡하고


風雪凄然去歲同(풍설처연거세동)
눈보라 처량하기 지난 세월 같구나


人景寥寥晝氣冷(인경요요주기냉)
사람 자취 없어 한낮에도 썰렁한데


梅花落處三生空(매화낙처삼생공)
매화 지니 저승 이승 전생이 다 헛것

설악산 백담사는 겨울이면 인적이 끊겨 한낮에도 조용하기가 밤중과 다를 게 없다. 선방(禪房)의 봉창을 열고 산을 쳐다보니 군봉(群峰)이 창가로 모여드는 듯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참으로 속절없다. 만해 한용운이 참선 도중 잠시 감회에 젖는다. 열여덟 나이에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처음으로 백담사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한다. ‘그때도 오늘처럼 처량하게 눈만 내렸었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고, 그동안 깨달음을 얻었고 스님이 됐다. 떨어진 매화꽃 같이 덧없는 인생이요, 쌓였다가 녹는 눈처럼 속절없는 세월이다. 과거, 현재, 미래란 무엇인가? 전생과 이승, 저승은 또한 무엇인가? 헛되고 헛되도다. 인생이여. *蝟集(위집) ; 고슴도치 털처럼 많이 모임, 번잡함 *凄然(처연) ; 쓸쓸하고 가여운 모양 =凄凄 *寥寥(요요) ; 쓸쓸하고 고요함, 공허함.
<한시연구가 이은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65501
72 辭人贈錦衾(사인증금금)비단옷을 사양하며 운영자 2013.03.17 57956
71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달밤에 매화를 읊다 = 이황 운영자 2013.03.17 59683
70 詠梅(영매) 매화를 읊다 - 정도전 운영자 2013.03.17 58679
69 三五七言(삼오칠언)357언 배나온슈퍼맨 2013.02.14 57364
68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배나온슈퍼맨 2013.02.14 57374
67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이달 운영자 2013.02.07 57247
66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운영자 2013.02.07 56896
65 新雪(신설), 새해 첫눈 운영자 2013.02.07 56992
»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 한용운 운영자 2013.02.07 56664
63 正旦(정단) 설날 - 진각국사 운영자 2013.01.31 56504
62 松都(송도) - 황진이 운영자 2013.01.31 56756
61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 왕창령 운영자 2013.01.03 57417
60 過古戰場(과고전장) 옛 전장을 지나며 - 서산대사 운영자 2013.01.03 55420
59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운영자 2013.01.03 55373
58 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운영자 2013.01.03 55270
57 笑又笑(소우소)웃고 또 웃고 - 유의손 배나온슈퍼맨 2012.11.13 55397
56 山響齋(산향재) - 강세황 배나온슈퍼맨 2012.11.13 55056
55 途中避雨有感도중피우유감길 - 가다 비를 피하며 배나온슈퍼맨 2012.11.13 55535
54 간화(꽃을 보며) - 이색 배나온슈퍼맨 2012.11.12 55212
53 종족(대나무를 심었더니) - 박지화 배나온슈퍼맨 2012.11.12 547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