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57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韓龍雲(한용운, 1879~1944)

群峰蝟集到窓中(군봉위집도창중)
창 너머엔 뭇 봉우리 번잡하고


風雪凄然去歲同(풍설처연거세동)
눈보라 처량하기 지난 세월 같구나


人景寥寥晝氣冷(인경요요주기냉)
사람 자취 없어 한낮에도 썰렁한데


梅花落處三生空(매화낙처삼생공)
매화 지니 저승 이승 전생이 다 헛것

설악산 백담사는 겨울이면 인적이 끊겨 한낮에도 조용하기가 밤중과 다를 게 없다. 선방(禪房)의 봉창을 열고 산을 쳐다보니 군봉(群峰)이 창가로 모여드는 듯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참으로 속절없다. 만해 한용운이 참선 도중 잠시 감회에 젖는다. 열여덟 나이에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처음으로 백담사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한다. ‘그때도 오늘처럼 처량하게 눈만 내렸었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고, 그동안 깨달음을 얻었고 스님이 됐다. 떨어진 매화꽃 같이 덧없는 인생이요, 쌓였다가 녹는 눈처럼 속절없는 세월이다. 과거, 현재, 미래란 무엇인가? 전생과 이승, 저승은 또한 무엇인가? 헛되고 헛되도다. 인생이여. *蝟集(위집) ; 고슴도치 털처럼 많이 모임, 번잡함 *凄然(처연) ; 쓸쓸하고 가여운 모양 =凄凄 *寥寥(요요) ; 쓸쓸하고 고요함, 공허함.
<한시연구가 이은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64520
72 (도자)기와장이 - 매요신 배나온슈퍼맨 2012.11.12 7067
71 三五七言(삼오칠언)357언 배나온슈퍼맨 2013.02.14 56408
70 偶吟(우음) - 양팽손 배나온슈퍼맨 2012.08.25 2084
69 入宋船上(입송선상) 송나라 가는 배에서 - 최사제 운영자 2012.11.11 6595
68 冬夜(동야 - 황경인 운영자 2011.06.10 1849
67 冬夜(동야) - 黃景仁(황경인) 운영자 2011.04.28 3577
66 友人會宿(우인회숙) - 이백 이은영 2011.03.26 5129
65 友人會宿(우인회숙) - 이백 운영자 2011.04.06 3087
64 夏日卽事(하일즉사) -이규보 배나온슈퍼맨 2011.08.01 4685
63 夏日山中 (하일산중) 이은영 2011.02.20 3238
62 對酒(대주) - 백거이 이은영 2011.03.26 5952
61 對酒(대주)- 백거이 운영자 2011.04.06 4513
60 山中雪夜(산중설야) - 李齊賢(이제현) 운영자 2011.04.28 3310
»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 한용운 운영자 2013.02.07 55725
58 山行(산행) - 두목 이은영 2011.03.26 6419
57 山響齋(산향재) - 강세황 배나온슈퍼맨 2012.11.13 54157
56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배나온슈퍼맨 2013.02.14 56421
55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 왕창령 운영자 2013.01.03 56489
54 悟道頌(오도송) - 만해 한용운 운영자 2011.04.28 4621
53 憤怨(분원)분하고 원통하니 - 거인 운영자 2012.11.11 671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