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한시감상]三五七言(삼오칠언)357언
洪原周(홍원주, 1791~?)
月初出(월초출) 雪初晴(설초청)
달이 뜨자 눈이 비로소 그쳤네
庭柯生花白(정가생화백) 溪氷散玉明(계빙산옥명)
뜰 안의 나뭇가지에는 하얀 꽃
개울에는 밝게 빛나는 얼음구슬
天地茫茫通一色(천지망망통일색)
온 세상 끝까지 달빛 눈빛 일색인데
星河歷歷報三更(성하력력보삼경)
은하수 또렷한 빛 한밤중을 알리네
눈이 그치고 구름이 개니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내린 눈으로 뜰 안에 있는 나뭇가지 마다 하얀 눈꽃이 피었다. 눈을 돌려 집 옆으로 흐르는 반쯤 얼어붙은 개울물을 보니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구슬을 뿌려놓은 듯하다. 하얀 눈빛에 맑은 달빛이 더하니 눈이 닿는 곳 끝까지 온 세상이 모두가 하얗다. 밝은 낮인가 착각할 정도이나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총총한 별들이 반짝이며 한밤중임을 깨우쳐준다. 시리도록 맑고 깨끗한 시다. 이 시인은 명문 대갓집 딸로 태어났고, 결혼 후에는 양반집 마님으로 살다가, 죽어서는 정경부인이 되었다. 이 시에는 복 많은 여인의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初(초) ; 처음, 시작, 비로소 *柯(가) ; 나뭇가지, 자루 *歷歷(역력) ; 분명하다, 뚜렷하다.
<한시연구가>